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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일의 시간여행]

'개평'과 '땡전 한 푼'의 차이

  • 보도 : 2019.06.07 08:20
  • 수정 : 2019.06.07 08:20

그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 사람은 셋만 모이면 고스톱을 친다고 해서, 한 때 '고스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나 친척들과 고스톱을 즐기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고스톱 열기가 좀 식은 것 같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PC나 스마트 폰을 통해 혼자서 은밀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스갯말로 아날로그 고스톱에 디지털 고스톱까지 가세했다고나 할까요.

방석을 가운데 두고 직접 화투를 치는 아날로그 고스톱에서는 '쌌다' 라던가 '죽었다' 또는 '피 박 썼다' 등 살벌한 말이 오가곤 합니다. 그러다 돈을 다 잃은 사람이 생기면 판이 끝나는데, 그쯤 되면 돈 잃은 사람이 '개평 좀 달라'는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돈 딴 사람은 약간의 돈을 개평으로 건넵니다. 개평은 패자를 위한 일종의 위로금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개평'이란 말은 조선 중기시대 노름판에서 생겼다고 합니다. 주로 하던 노름은 '투전'이었는데, 이 투전판에서 주고받던 당시의 돈은 '상평통보'로 도박꾼들이 줄여서 '평'이라 말했습니다. 평이 상평통보라면 개평은 상평통보 한 닢을 의미합니다만, 통상적으로 푼돈의 다른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노름판에서는 몽땅 잃은 자에게 주는 몇 푼의 돈이 개평이었으며 아무리 판이 살벌했어도 웬만하면 개평은 챙겨주었다 합니다.

개평처럼 상평통보에서 나온 말 중에는 '땡전'이란 것도 있습니다. 이 말은 조선왕조 후기 대원군이 통치하던 시절에 생긴 말입니다. 이 당시 나라 살림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도 정치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국가에 들어와야 할 세금은 말라버리고 왕의 권위마저 추락해 있었습니다.

대원군은 우선 왕권부터 굳건히 하기 위해 경복궁을 중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공사비용을 마련 할 수 없어서 새로운 화폐인 '당백전'을 만들어 유통 시킵니다. 당백전은 기존의 상평통보 뒷면에 '호대당백'이라 새겨놓고, 상평통보 100개의 가치가 있는 돈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상평통보 20개의 가치도 안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돈을 마구 찍어내자 금방 인플레이션이 생겼으며 이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당백전을 돈으로 인정하질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당백전의 '당'을 '땡'으로 발음하면서 쓸모없는 '땡 백전' 또는 '땡전'이라 불렀습니다. 오늘날에도 '땡전 한 푼 없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는 흔하디흔하지만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주머니가 텅텅 비웠다' 또는 '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의 다른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예전에 거지가 동냥하며 '한 푼만 줍쇼.'했는데, 한 푼에서의 '푼'은 상평통보의 가장 작은 단위로 지금으로 바꿔 말하면 '1원 만 주세요.' 정도의 의미입니다.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약력] 한국외국어대 졸업, MBC애드컴 카피라이터,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자문교수, 수필가, 문화칼럼니스트 [저서] 이야기가 있는 인천 관광 가이드, 시간이 담아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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