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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일의 시간여행]

악수에서 절까지… 인사문화 이해는 평화의 첫걸음

  • 보도 : 2019.05.31 08:20
  • 수정 : 2019.05.31 08:20

그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악수는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상대의 손을 꽉 움켜잡는다든지, 자신 쪽으로 바짝 당겨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어댑니다. 당하는 입장에선 힘을 과시하며 자신을 주눅 들게 하려는 의도처럼 여겨져 무례하단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인사 문화를 조금만 들춰 보면, 트럼프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미국인들은 첫 대면에서 상대방 가까이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손 역시 힘차게 흔드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베 일본 총리와의 악수에서 보듯이 트럼프의 악수는 상대를 당황하게 할 정도로 과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악수의 시작은 원시시대로 거스릅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낯선 무리를 만나면 반가움 보다 두려움이 앞서겠지요. 음식을 빼앗거나 해치려는 것은 아닌지 사뭇 눈이 동그래집니다. 이때 상대와 싸울 마음이 없음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들고 있던 사냥도구를 내려놓고 맨손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입니다. 상대도 받아드릴 맘이면 같은 행동을 취함으로써 응답을 하지요.

그런데 낮에는 맨손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안심이었지만, 컴컴한 곳에서는 서로의 손을 잡아 확인해야 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손을 잡는 이 행위가 점차 악수라는 인사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악수는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동에서 비롯되었기에 오늘날 까지도 장갑 낀 악수는 결례가 되고 있습니다.

상대의 손을 잡던 악수인사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형태로 바뀝니다. 그 한 예로, 껴안거나 뺨을 부비는 등의 몸 인사법이 그것인데, 이런 행동을 비주(bisou)라 하며 세계 도처에 다양하게 퍼져있습니다. 비주는 보통 오른쪽 뺨에 입을 맞추는데 나라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멕시코와 페루는 오른쪽에 한 차례, 프랑스나 미국, 아르헨티나는 양쪽 뺨에 한 번씩 입을 맞춥니다.

스위스, 벨기에의 경우는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볼에 세 번의 입맞춤 인사를 나눕니다. 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헤어짐의 인사를 할 때 세 번의 입맞춤 인사를 하던데,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에 익혀둔 인사가 아니었을까 짐작됩니다.

한편, 몸의 접촉 없이 손짓으로만 하는 인사도 여러 가집니다. 주로 아시아권에서 뚜렷한데, 먼저 중국 사극에서 자주 접하는 '꽁소우'는 가슴께에서 자신의 두 손을 맞쥐고 고개를 숙입니다. 인도나 네팔의 경우는 양손을 펴서 합장을 한 상태에서 목례를 하며, 태국에서는 합장은 동일하지만 상대에 따라 손의 높이를 달리합니다. 미얀마는 아예 팔짱을 끼고 머리를 숙이며,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은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서 흔들며 “알로하”라는 인사말을 곁들입니다. 

군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거수경례는 조금 예외적입니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투구를 쓰고 싸움을 하다가 다른 무리를 만나면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투구를 이마까지 올렸다합니다. 이 동작에서 비롯되어 오늘날의 거수경례가 생겨났다고 하네요.

그런데 같은 인사라 해도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구부리는 '절'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절은 만남의 행위를 넘어 상하 관계에서의 예의와 존경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과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그 옛날, 천둥· 번개· 불· 홍수 등 초자연 현상 앞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웅크리고 엎디어 절대자(신)의 처분을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런 몸짓이 신을 받드는 종교행위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절'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종교 의식으로서 절 유형을 보면, 그리스도인은 밀레의 '만종' 그림처럼 깍지를 낀 채 목례를 하는 정도이지만, 알라신을 받드는 무슬림들은 무릎을 꿇고 이마가 땅에 닿을 때까지 머리 숙여 기도합니다. 불교나 힌두교에서도 엎디어 절을 하는데, 손을 바닥에 짚는 이슬람과 달리 합장하는 특색을 보입니다. 태양신을 믿었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양 팔을 하늘로 올린 다음 이마와 팔을 땅에 붙이기를 반복합니다.
 
절이 신에 대한 공경의 발로이기에 대다수 종교에서는 산 사람에게 하는 절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상을 모시는 아시아 유교 국가들은 신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절을 합니다. 유교의 근본 원리가 '효'이기 때문이지요. 효란 과거의 조상과 현재 살아 있는 사람, 그리고 미래의 후손이 하나로 이어지는 혈연관계를 말합니다.

이 의미는, 신과 사람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앞서 간 조상이 신이 되는 것이고, 현재의 사람도 언젠간 신이 됨을 뜻합니다. 따라서 유교는 연장자를 구분하는 서열을 중시하며 그것이 절인사로 나타납니다. 예외적으로 불가에서 신도끼리 합장 절인사가 행해지는데, 이는 유교 문화를 수용한 형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절인사는 목례와 달리 몸짓이 큰 특징을 보입니다. 하루를 절인사로 시작해서 절인사로 끝난다는 일본의 경우는 보통 30도 이상 허리와 고개를 숙이며, 천황이나 지체 높은 사람 앞에서는 90도 밑으로 절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절인사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멈추기를 기다릴 때까지 수차례 반복하여 고개를 숙입니다.

우리나라는 절인사의 종주국으로 불릴 정도로 격식과 종류가 다양합니다. 크게는 '죽은 자'에 대한 두 번 반의 절과 '산 자'에 대한 한 번의 절로 구별되며, 작게는 '큰절'과 '맞절', '반절'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큰 절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올리는 절이고, 맞절은 동년배나 나이가 비슷한 경우이고 반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절에 대한 답배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절이 인사법으로 널리 자리 잡은 이유를 온돌 좌식문화에서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크게 수긍가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날로 좁아지는 요즘, 다양한 인사문화를 잘 살펴서 그네들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인사문화의 이해는 곧 평화의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홍남일 한·외국인 친선문화협회 홍보이사

[약력] 한국외국어대 졸업, MBC애드컴 카피라이터,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자문교수, 수필가, 문화칼럼니스트 [저서] 이야기가 있는 인천 관광 가이드, 시간이 담아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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