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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④

분란 없는 상속 바란다면…그대는 어떤 가치를 물려주고 싶은가?㊦

  • 보도 : 2019.05.29 08:20
  • 수정 : 2019.05.29 08:20

"군군신신부부자자"

폭력 집단의 보스는 자신의 잔혹함을 끊임없이 과시한다. 우두머리의 권위가 주먹에서 나오는 탓이다. 하지만 싸움 실력이 영원히 가는 법은 없다. 도전자는 늘 나타나기 마련이고 마침내 두목은 비참하게 내쫓김을 당한다.

반면, 정상적인 조직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품을 가진 지도자는 권력의 자리를 내려놓아도 권위가 무너지지 않는다.

공자(孔子)가 35살 무렵, 제(齊)나라에 갔을 때 일이다.

군주였던 경공(景公)이 그에게 정치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우며, 아비가 아비답고, 자식이 자식다우면 정치가 저절로 올곧게 선다는 의미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감탄하며 말한다.

"정말 좋은 말이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며,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한데, 내 어찌 곡식을 잔뜩 갖고 있어도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겠는가!"

<논어(論語)> 「안연(顏淵)」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정명(正名)' 사상의 핵심으로 꼽히곤 한다.

정명이란 '이름값에 걸맞게 처신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상속에 있어서도 그대로 통한다. 누구나 고개를 숙일 만큼 올바른 가치를 품고 있을뿐더러, 이에 따라 인생길을 풀어온 상속자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그랬다간 온 세상의 지탄거리가 되는 까닭이다.

앞서 소개한 개성상인들과 오사카상인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상속자의 권위는 상인집단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가치와 도덕을 충실하게 지켜왔다는 데서 나왔다. 이 잣대에 따라 누가 후계자가 되고 더 많은 몫을 상속받을지를 결정하는 문화에서는 군말이 나올 리 없다. 상속을 받는 이는 가치와 도덕을 계속 이어가며 공동체를 챙겨야 한다는 의무를 같이 이어받기 때문이다.

반면, 단지 혈연과 지분을 앞세우며 서로 자기 몫을 챙겨갔을 때는 상속 이후 공동체는 무너져 버린다. 상속자라는 그늘이 사라져 버렸는데 굳이 서로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상속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내가 선대(先代)로부터 이어받은 정신이 무엇이며, 이를 후대(後代)에 어떤 가르침으로 전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하는 작업 아닐까?

"그대가 물려주고픈 가치는 무엇인가?"

위(衞)나라의 어느 부부가 기도를 드렸다.

부인은 이렇게 기원했다. "저희가 무사하게 지내게 해주옵소서. 그리고 베 백 필을 벌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남편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부인, 어째서 그렇게 조금만 달라고 기도하는 거요?"

부인이 조용히 답했다. "이보다 많으면 당신이 그 돈으로 첩(妾)을 살 테니까요."

<한비자>에 나오는 이 구절은 돈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여준다.

지켜야 할 가치를 유지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이 중심이 될 때, 가치는 내팽개쳐지고 탐욕이 마음을 지배한다. 이런 상황에서 분란이 벌어지지 않을 리 없다.

상속은 후계자들 사이의 격렬하고 끔찍한 다툼으로 이어지곤 한다.

상속자에게 꼭 물려주고픈 고귀한 정신과 삶이 없을 때, 후손들 사이의 갈등은 어떤 논리에 따라 조정될까?

결론은 뻔하다. 상속자가 존경스러운 인품과 가치를 갖추지 못했다면 후계자들은 그가 가진 돈과 권력만 노리게 돼 있다.

명문가들과 오래가는 기업체들이 하나같이 도덕과 명분에 매달렸던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물려주고픈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볼 일이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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