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토목 분야 부진이 발목…주택도 '빨간불'
◆…대형건설사 2018~2019년 1분기 영업이익 변화.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대부분 최대실적을 구가했으나 지난 1분기에는 전반적인 후퇴로 몸살을 앓았다. 최대 이익 지표를 새로 작성하는데 효자 역할을 했던 플랜트나 토목 등의 사업군이 올 초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거나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 2018~2019년 1분기 영업실적 증감률.
일부 건설사들은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택사업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다른 분양일정 연기 등이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과 궤를 같이한 모습이다.
업계가 부진한 실적으로 울상인 가운데서도 한화건설과 SK건설은 유이(唯二)하게 모든 수익지표가 개선됐다. 대형건설사 막내격인 한화건설은 각 사업부문이 고르게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작년 최대실적 경신 기록을 올해도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업 중단에 따른 대손상각비, 공사 사고 피해복구 비용 등 악재가 겹쳐 체면을 구겼던 SK건설도 충당금 환입 등으로 반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해 지주사 분할로 직접 비교가 어려운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삼성·현대·대림·대우·GS·현대ENG·포스코·롯데·SK·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2배 가량 영업이익이 늘어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건설사 2018~2019년 1분기 영업실적.
한화건설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9640억원, 영업이익 894억원, 당기순이익 55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93.6% 증가했고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30.2%, 25.9%씩 늘어났다. 외형과 영업익 지표 모두 대형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3.1%p 개선돼 업계 2번째 수준인 9.3%를 기록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에 육박하는 2912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둔 뒤 올 1분기에도 분기기준 역대 두 번째 이익을 벌어들여 순항을 이어갔다. 국내외 각 사업부문에서 고른 개선세를 보이며 이 같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올 초 시공과 수주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해 조직을 나눈 건축(개발 포함)부문이 전년도보다 24.1% 늘어난 4041억원의 외형과 34.0% 증가한 702억원의 매출총이익으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해외사업은 375억원으로 약 5.7배 이익성장을 일궈냈다. 국내 토목 역시 150.5% 늘어난 137억원의 매출총익으로 힘을 보탰다. 국내 플랜트만 2.9%로 미미한 수준이 줄었을 뿐이다.
SK건설, 충당금 환입으로 한숨 돌려
SK건설도 지표 개선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1조 7132억원, 영업이익 626억원, 순이익 538억원으로 찍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13.7%, 7.3%, 7.5%씩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이 3.7%로 전년도보다 0.2%p 낮아졌다. 외형이 확대됐으나 매출원가율이 1.7%p 증가한 92.7% 수준에 달해 매출총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4% 줄어든 1246억원에 그쳤다. 건축주택과 플랜트 부문 등 주력사업의 1분기 매출총익이 각각 477억원, 647억원으로 8~13% 가량 감소하는 등 부진했던 영향이다. 인프라 부문이 52.4% 개선된 지표를 내놨으나 이익 비중이 13% 정도에 머무른다.
그나마 판관비가 20.2% 줄어 영업이익을 선방할 수 있었다. 이는 1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 환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지난해 복합개발사업 아산배방 펜타포트 프로젝트 중단 등의 영향으로 600억원대 대손상각비를 반영한 바 있다.
대림산업, 수익 악화에도 업계 1위 영업익 달성
두 회사를 제외하고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일제히 영업이익 감소로 가시밭길을 가야 했다. 다만 대림산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개선세를 내비치면서 견조한 모습을 내비쳤다.
대림산업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 3221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 당기순이익 2364억원으로 집계했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1%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0%, 5.6%씩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1.6%p 개선된 10.4%로 업계 최고 수준으로 기록됐으며 영업이익 규모도 시공능력평가와 외형 순위를 모두 갈아치우고 1위에 올랐다. 순이익 역시 업계에서 유일하게 2000억원을 넘겼다.
사업부문 중 주택이 전년도보다 1.6% 늘어난 209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최대 실적 경신에 기여한 토목도 21% 증가한 이익으로 제몫을 다했다. 이와 달리 수년째 영업손실이 이어진 플랜트 부문은 1분기에도 39억원 적자를 내 여전히 발목을 잡았다.
현대家, 매출원가 따라 수익 희비 엇갈려
현대家 형제는 영업이익은 줄고 외형과 순이익은 늘어난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데 두 회사 중 동생격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지표가 좀 더 나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1조 5483억원, 영업이익 1009억원, 당기순이익 876억원이다.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23.3%, 31.9%씩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3.9% 줄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8%p 떨어진 6.5%로 집계됐다.
순이익 증가폭은 대형사 중 가장 컸고 매출도 2번째 수준의 증가율을 달성해 흐름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영업이익의 경우 매출총이익이 1.9% 늘었으나 판관비도 증가함에 따라 다소 후퇴됐다. 판관비는 대부분 내역이 비슷한 가운데 수주비만 70억원 가량 늘었다. 부문별로도 건축·주택 사업의 매출총익이 9.7% 줄어든 545억원에 그쳤지만 주력인 화공·전력·인프라에서 매출이 41% 늘어난 8036억원, 매출총익이 8.8% 증가한 1139억원을 기록하며 개선 여지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엔지니어링과 달리 매출원가의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 8777억원, 영업이익은 2052억원, 순이익은 156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9.6%, 순이익은 1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6.1% 줄었다. 단순 매출원가율은 90.0%로 전년 동기 88.2%에서 1.8%p 가량 뛰어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은 6.6% 감소했다.
각 사업부문별로 매출이 3~20% 가량 늘고 전사 실적을 책임져온 건축·주택사업의 매출총익이 2842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5.9% 증가했지만 인프라·환경사업군의 수익성이 부진해 빛이 바랬다. 이 부문은 전년 동기 매출총익 631억원에서 올 1분기 1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그래도 영업외수지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면서 순익이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이다. 1분기 영업외수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 67억원 손실을 탈피했다.
롯데건설, 호조세 꺾였지만 자생력 강화 중
작년 업계 최고 수준의 연간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최대 호황을 누렸던 롯데건설은 올 1분기 지표가 감소했으나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1조 1928억원, 영업이익 1074억원, 당기순이익 681억원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9.9%, 7.1%, 8.2%씩 줄어든 규모지만 영업이익률은 9.0%로 0.3%p 개선됐다.
기존에 그룹공사 비중이 높은 편인 롯데건설은 올 1분기 자체공사 매출이 736억원으로 전년도 1578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었으나 국내 외주 비중을 6%p 가량 높이는 등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주택사업의 영업익이 100억원 가량 줄어들며 비중도 56.5%로 5.2%p 떨어졌지만 건축, 토목, 플랜트 등 타 부문에서 합산 8% 가량 이익을 늘려 선방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판관비가 47.4% 줄어 회사 수익에 기여했는데 전년도 504억원에 달했던 대손상각비가 24억원으로 95.3%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일회성 악재를 만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두자릿수 이익이 줄어드는 고배를 마셨다. 이 회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 9175억원, 영업이익은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6%, 34.1%씩 줄어든 실적에 그쳤다. 시공능력평가 1위에 무색하게도 영업이익 규모가 대형사 5번째 수준으로 영업이익률도 5.3%에서 3.6%로 1.7%p 하락했다.
2015년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 됐던 해외 사업장 관련 중재판결 등이 1회적인 수익악화를 불렀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건설부문은 상사·리조트 등 타 사업군이 더욱 부진해 전사의 99.1% 영업익을 담당했다. 이에 건설부문의 수익개선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대우·포스코건설, 플랜트 등 사업군별 '발목'
대우건설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등도 절반 가량 이익이 줄어드는 부침을 겪었다. 대우건설의 1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 309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 당기순이익 236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교해 매출은 23.4%, 영업익은 45.9%, 순익은 55.6%씩 각각 줄어들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9%에서 4.9%로 2.0%p 하락했다. 토목 부문이 전년도 89억원 영업손실에서 73억원 흑자로 전환했으나 주력인 주택건축의 영업익이 30% 줄고 플랜트는 적자폭이 430억원 정도 확대돼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GS건설의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2조 6019억원, 영업이익 1914억원, 당기순이익 129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6.8%, 영업이익이 50.9%, 순이익이 38.1%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12.5%에서 7.4%로 하락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분기 해외 손실 부문의 1800억원 일회성 환입 요인에 따른 기저효과로 판단했다. 여기에 연간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700억원의 성과급 지급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란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 6154억원, 영업이익 210억원, 당기순이익 2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교해 매출만 6.2%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3.2%, 72.4% 줄어들었는데 대형사 중 이익규모가 가장 작았다. 영업이익률도 전년도보다 3.9%p 떨어진 1.3% 수준에 머물렀다.
사업군별로 에너지사업이 편입된 플랜트부문은 전년도보다 적자폭이 117억원 가량 확대됐고 인프라사업도 123억원 적자전환됐다. 여기에 회사 실적을 이끌던 건축사업도 27.7% 줄어든 552억원에 그치면서 타격을 입었다. 순이익도 부진한 영업외수지에 흔들렸다. 금융이익이 1분기 205억원으로 작년보다 20% 가량 감소한 가운데 기타영업외손실이 71억원으로 63억원 가량 확대됐고 3억원의 지분법손실까지 발생했다.
건설사들의 2분기 실적도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주택 분양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등 물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해외수주까지 요원하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 조차 이달 들어서야 올해 해외수주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에 서울 등 몇몇 인기 사업장을 제외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분양일정을 잡기 쉽지 않다"며 "3기 신도시 관련 수주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