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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③

분란 없는 상속 바란다면…그대는 어떤 가치를 물려주고 싶은가?㊤

  • 보도 : 2019.05.23 16:13
  • 수정 : 2019.05.23 16:13

"자산가들도 고민은 깊다"

"후궁들과 왕비는 자기 아들을 다음 왕으로 세우기 위해 지금의 왕이 하루 빨리 죽기를 바란다."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돈과 권력을 쥔 이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은 많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의 표시일까? 그냥 돈과 권력이 탐나 잘 보이려 연기할 뿐이지는 않을까?

상속자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돈 많은 상속자 곁에는 늘 사람이 많다. 주변에는 친절과 애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속자들의 마음에서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저들의 태도가 과연 진실한지, 내가 가진 돈을 차지하려 검은 마음을 감추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진 자의 마음은 늘 외롭고 황폐하다. 내가 돈을 잃어도 저들이 나를 아끼고 사랑해줄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니 더욱 가진 것에 매달리게 된다.

더욱이, 누군가 자신을 속여 야료를 부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쉽사리 마음을 열기도 어렵다. 이럴수록 외로움만 깊어진다.

남부럽지 않은 자산가이면 뭐하겠는가. 매일의 삶은 헛헛하고 괴롭다. 자신이 죽은 다음 자식들끼리 큰 싸움을 벌이지는 않을지, 평생 일군 회사나 가업이 아귀다툼 속에서 스러지지나 않을지 하는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평생 쌓은 재산과 지위가 되레 불행의 씨앗처럼 다가온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할까?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을 지킨다"

송상(松商)이라 불리는 개성상인들은 신라 말 때부터 당(唐)과의 교역으로 재산을 쌓았다. 고려에 들어와 그들의 세력은 한껏 커졌다.

개성상인들은 돈만 아는 장사치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점 격인 송방(松房)에 의(義), 신(信), 실(實)이라는 삼도훈(三道訓)을 걸어놓았다.

첫째 의란 "동업자와의 의리를 지키며 협력함"이다. 자신의 이익만 쫓지 말고, 상대의 이익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의미다.

둘째 신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얄팍하고 잇속 빠르게 굴지 말고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라는 뜻이다. 개성상인들은 신용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들이 발행한 어음이 두메산골에서도 화폐처럼 쓰일 정도였다.

셋째 실은 "근검절약을 의미"한다. 개성상인들은 좀처럼 빚을 지지 않았고, 빌렸다면 반드시 갚았다. 나아가, 그들의 정신 속에는 "이익금으로 종업원들을 챙기고 어려운 동료들을 돌보는 것이 상인의 임무"라는 생각이 DNA처럼 박혀 있었다.

단지 돈만 쫓는 자들이었다면 그들의 사업이 수 백 년 넘게 이어졌을 리 없다. 그들이 오랫동안 세상에서 인정받았던 까닭은 삼도훈으로 대표되는 상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상인들이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던 것은 재산뿐이 아니었다. 그들이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던 것은 개성상인다운 상도의(商道義)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사카 상인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사업은 400년 넘게 이어져 갔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노렌(暖簾)을 지킨다."는 말은 그들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노렌이란 일본의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호가 적힌 무명천이다.

오사카 상인들은 철저한 품질보증과 신용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가족보다 가업(家業)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식이 사업을 이을 그릇이 아니라 판단될 때는, 데릴사위를 들이거나 친척 가운데 적당한 후계자를 찾기도 하고, 가게의 지배인이 업을 이어받기도 했다.

그들의 사업 중심에는 돈이 아닌, 핵심가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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