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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하게 풀려다 '트랙'에 묶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국회 '파행'

  • 보도 : 2019.04.24 16:19
  • 수정 : 2019.04.24 16:19

한국당, 문 의장 항의 방문…고성 오가다 문 의장 병원行
오신환 미래당 의원 "합의안 반대 표 던질 것" 폭탄 발언
잠잠하던 평화당 일각, 지역구 줄어드는 문제 우려
패스트트랙 합의안 여론조사, '찬성' 우세…댓글엔 비난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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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의장실로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공수처 신설·검경 수사권 조정 등 3대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추진에 4월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방문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쇼크 증세로 병원에 실려가는가 하면 하루 전 겨우 당론을 모았던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의원의 '비토(Veto·거부권)' 발언으로 아노미(무질서) 상태다. 다소 잠잠하던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도 패스트트랙에 소신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 한국당, 문 의장과 설전…문 의장 병원 후송

자유한국당 의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허락하지 말아달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대한민국 국회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우리가 다수당일 때도 선거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오신환 의원의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위원을 교체하겠다는 사보임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보임 절차를 허가해주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며 "허가한다면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를 함부로 패스트트랙 길로 가게 해서 대한민국 헌법을 무너뜨리는 데 문  의장이 장본인이 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의장은 이에 대해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합의에 의해 한다는 소신이다. 아직까지 최초의 단계이고 무수한 과정이 남아있다"며 "의장이 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만 하는 것이고, 부득이할 경우에는 도리가 없다. 의장의 재량에 한계가 있다"고 사보임 허가를 시사했다.

문 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반발한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문 의장 측과 고성이 오갔고,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과의 충돌 과정에서 저혈당 쇼크 증세를 느껴 응급 처치를 받고 오전 11시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 '캐스팅보트' 쥔 오신환 의원 "패스트트랙 반대표 던질 것"

23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가까스로 추인한 바른미래당은 국회 사개특위 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비토 발언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 안건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오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당의 분열을 막고 제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은 안건은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해야 지정된다.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더불어민주당 8명, 평화당 1명 등 9명은 찬성 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당 7명 전원이 반대할 것이므로, 미래당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 중 1명이라도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부결된다.

오신환

◆…국회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이 24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반대할 것을 선언했다. (사진=더 팩트)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오 의원의 반대표 발언에 미래당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오 의원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결국 오 의원을 당 차원에서 사보임했으며, 국회의장의 허가 단계만 남았다.

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23일 여야 4당 합의문 추인은 12대 11이란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절반의 입장'이 됐다"면서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또 다시 혼돈과 분열의 위기 앞에 서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는 누구보다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랬지만,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던 국회 관행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할만큼 현재의 반쪽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치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평화당 일부 의원, '지역구 감소 우려' 소신발언

평화당은 패스트트랙 추인에 당론을 모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여전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불가피한 지역구 감소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4당 합의안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의원 정수 300명 동결에 지역구 의석수는 현행 253석에서 225으로 줄어든다.

김종회 평화당 의원(김제·부안)은 23일 "이 경우 도시 지역은 현행 선거구를 대부분 유지하지만 농어촌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지역구가 사라지게 된다"고 소신발언을 했다.

김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전국 26곳 중 16곳(전북 3, 경기 7, 강원 1, 전남 2, 광주 2, 경북 3)의 지역구가 통폐합돼 사라지게 된다. 이 가운데 호남은 7곳(전북 3, 전남 2, 광주 2)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김 의원은 "호남지역과 농어촌 지역을 희생양 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요체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인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비례성은 강화될 수 있지만 지역대표성은 약화될 뿐 아니라 농촌지역과 농민의 대표성도 현저하게 힘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네이버

◆…24일 오후 3시 현재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안 찬반 질문)를 다룬 기사 네이버 뉴스화면에 네티즌이 올린 댓글 현황. (사진=네이버 캡처)

◆ '패스트'하기엔 너무 큰 사안인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합의안 3법 중 특히 선거제 개편(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국회의 갈등이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사 기관과 시점에 따라 제도 도입 찬반 입장이 엇갈려왔고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반대 입장이 우세했다.

여야 4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이 300명으로 현행 국회의원 수를 동결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감소,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으로 짜여진 것도 여론의 부담을 느낀 결과물로 해석된다. 

가장 최근인 23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4.4%포인트)에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긍정'이 50.9%, '부정'은 33.6%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5.5%였다.(※ 자세한 조사 내용과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합의를 긍정한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실은 기사에 대한 여론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비난 댓글로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 기사 댓글엔 '현재 국회의원을 직접선거로 뽑고 있는데, 득표율로서 비려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즉 정당이 추천한 누군지도 모를 자들을 더 많이 뽑히도록 하는 이런제도를 알고 여론조사에 응하는건지?' '대한민국 국민이 몇명인데 504명에게 물을걸 국민 여론이라 호도하냐 참 쉽게산다!!!' '질문을 어떻게 했길래 비례대표 늘어나는 국회의원 선거제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좋다는 결과가 나오냐?' 등의 비난성 의견이 올라와있다.

선거법은 한 번 개정되면 재개정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민주주의의 핵심으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해야 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제 1야당의 전원 반대, 미래당과 평화당 내부의 이견 속에서 여론 수렴 과정이 다른 법안보다 몇 배 더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선거제도 개편을 성급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에서도 오신환 의원의 반대 입장 표명으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3법 합의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용어설명

* 사보임: 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를 그만 두고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조치. 의원들은 4년의 임기동안 2년 단위로 상임위를 맡게 되는데, 대체로 선택된 한 상임위에서 의정 활동을 수행한다.

*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의회의 의결에서 가부동수가 나올 때 의장이 가지는 결정권 혹은 대세를 좌우할 제3당의 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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