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방기선 차관보, 이호승 1차관, 홍남기 부총리, 구윤철 2차관, 안일환 예산실장.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대응 등을 위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로 편성되는 추경이다.
미세먼지 발생으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부분에 대한 대비책 마련 및 대내외 경제 악화에 따른 경기 하방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분야에도 재정이 쓰인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고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재난안전법 개정으로 사회재난에 포함되어 있다. 유례없는 미세먼지 발생으로 노후 경유차 운영제한, 미세먼지 배출 규제 등을 위한 재정투자 소요도 크게 발생하고 있다.
IMF·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세계 성장·교역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경기하방 리스크도 확대된 상태다. 대내적으로 투자·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며, 청년·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에 비해 일자리 여건은 미흡한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응한다는 게 정부가 밝힌 추경의 목적이다.
추경 재원은 작년에 쓰고 남은 결산잉여금 4000억원(세계잉여금 1000억원, 한은잉여금 3000억원),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자금(2조7000억원)을 활용한다. 3조6000억원의 부족분은 국채를 발행해 메꾼다.
정부는 지난해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발행 축소(14조원), 조기상환(4조원)으로 비축된 재정여력에 기반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기에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경 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예산안(34.9%)과 비슷한 수준(39.5%)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선 2조2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산업, 수송, 생활 분야 등 미세먼지 핵심 배출원별 저감 기능이 발휘하도록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진다.
노후경유차 조기폐차·건설기계 엔진교체 등 지원이 확대(15만대→40만대·1500대→1만500대)되거나, 산단 지역에 소재한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후(10년 이상) 방지지설을 교체하는데 쓰인다. 가정용 노후 보일러를 저(低)녹스 보일러로 전환하는 지원도 기존 3만대의 10배인 30만대까지 늘린다.
서해상 백령도 1개소에 불과한 국외유입 미세먼지 측정망도 9개소까지 확대된다.
취약계층·옥외근로자 253만명에게 마스크를 준다.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 위주로 공기청정기를 놓는다. 이러한 보급에 68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최근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잠재한 안전 위협요인에 대한 대비도 이루어진다. 산불에 대비한 예방·진화인력 확충, 첨단 진화 장비·인프라가 보강된다. 또 노후화된 철도, 도로, 하천 시설 등에 대한 개보수도 앞당겨 시행된다.
선제적 경기대응·민생경제 긴급지원 명목으론 4조5000억원 재정이 쓰인다.
최근 부진이 지속되는 수출·투자 부문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루어진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보·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추가로 출연·출자(2640억원)하면서 약 2조9000억원 수준의 무역금융 지원 자금이 마련된다.
고위험 수출시장 개척, 중소기업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수출부진을 타개한다는 복안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긴급자금 공급(1000억원)되고, 위기지역 내 투자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확대된다. 위기·재난지역 등 고용여건이 어려운 지역 대상으론 한시 공공 일자리를 지원하는 희망근로 사업도 확대된다.
5G 연계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융합 콘텐츠 개발과 VR·AR 제작을 위한 공동활용장비 보급 등에도 지원한다. AI,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맞춤형 교육·훈련 대상자 수도 5000명 이상 확대한다.
실업급여 지원인원은 10만7000명을 더 늘린다.
최근 실업자 증가, 구직활동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업자의 자기주도적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생계비 대부 지원도 확대된다.
저소득층의 소득개선을 위해선 부양의무자 재산의 소득 환산율 인하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올해로 앞당긴다. 일반·금융·자동차 재산의 소득 환산율을 50% 인하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 추경으로 미세먼지의 경우 올해 목표 저감량이었던 1만톤에 더해 7000톤 수준에서 추가로 감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측면에선 올해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추경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선제적이고 보다 과가한 경기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각국이 확장기조의 적극적 정책대응을 적시에 조치해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추경 집행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맞는지를 두고 여야 견해차가 크고, 자유한국당에선 '총선용 퍼주기'이라는 비판도 거세 심사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