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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바로서자 세상 바뀌었다…'아시아나 사태'가 남긴 교훈

  • 보도 : 2019.04.18 08:12
  • 수정 : 2019.04.22 10:13

"굴지의 국내 대기업 대표이사가 이례적으로 감사의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습에서 기업 경영진의 회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회계개혁 성공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열린 '회계개혁의 연착륙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최근 벌어진 '아시아나 사태'의 의미를 이 같이 평가했다.

과거와 같이 회계법인들로부터 입맛에 맞는 회계감사 보고서를 받는 등 '얼렁뚱땅' 회계처리를 하다간 평생 일군 회사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아시아나 사태로 명확하게 증명이 됐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경우 '회계 투명성 꼴찌'라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겼다. 회계사들도 '이익(돈)'에 치우치지 않고 '자본주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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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계개혁의 연착륙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제공]

'원샷 원킬'…부실회계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최근 정부는 회계투명성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강도 높은 회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신(新) 외부감사법 개정'을 통해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했고 표준시간감사제를 도입, 결과적으로 감사시간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른 변화는 실제 통계수치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감사 결과 '비적정 감사의견'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8년 사업보고서 검토 결과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상장사의 수는 37개사로 전년대비 약 68% 증가했다.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이에 해당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한정' 의견을 받았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충당부채 등을 판단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 한국거래소는 당장 주식거래를 중단시켰다.

신용에 큰 타격을 입은 아시아나항공은 4일 후인 26일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다시 내놓은 보고서에는 영업이익이 3분1로 토막 나 있었고 부채비율은 505%에서 649%로 급증해 있었다.

감사의견 적정을 받기 위해 부랴 부랴 민낯을 드러냈지만, 결과는 처참했던 셈이다.

결국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은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한다고 발표했고, 지난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정 의견을 받는 직후부터 무너진 시장의 신뢰는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박삼구 전 회장이 수 십년 공들여 키운 회사를 자기 손으로 떠나보내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까이꺼 대충 넘어가자?…이젠 세상이 바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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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사진제공]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 측에 한정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경고를 감사의견을 내기 전부터 이미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자료 제출요구를 거부한 채 일방적인 재무제표를 삼일에 통보하자, 삼일 입장에선 있는 그대로 한정 의견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신외감법 시행 이전, 즉 불과 1~2년 전까지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일각에선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던 아시아나항공의 '설마 한정 의견을 내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는 회계법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은 분식회계 방조혐의로 1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담당 회계사들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는 신외감법이 시행, 감사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더욱 강화됐다. 더 이상 클라이언트(회사)들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으로 감사보고서 '적정'의견을 내는 관행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

회계사들 입장에서 자칫 잘못하면 힘들게 딴 회계사 자격증 박탈까지 될 수 있기 때문에, 회계법인 상급자의 지시와 상관없이 감사 의견을 소신껏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 회계사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회계사들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사태 이후 부적정 의견이 늘어나고 있고 신외감법 시행으로 인한 회계개혁도 이 같은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외감법의 한 축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실제 감사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감사인이 주기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매년 내가 감사하면 아무렇게나 감사해도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됨에 따라 내 뒤에 다른 회계법인이 감사한다는 생각을 하면 제대로 된 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를 말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아시아나 사태가 회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나 사태는 아시아나가 그동안의 관행을 고집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도 회계업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회계로 인해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몇 진통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변함없이 계속 진행될 것이다. 아시아나 사태는 회계 책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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