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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이삭줍기' 끝났나…"싼 매물 없다" 다시 관망세

  • 보도 : 2019.04.15 08:47
  • 수정 : 2019.04.15 08:47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급매물을 중심으로 10개 이상 거래가 되더니 지금은 다시 조용해졌어요. 이삭줍기하듯 싼 매물이 팔려나가고 높은 가격의 매물만 남으니 다시 매수세가 없네요."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급매물 거래가 반짝 증가한 이후 이달 들어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고점대비 수억원이 내린 재건축 등 서울 지역의 주요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기 수요가 움직였지만 싼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다시 오르자 거래가 끊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여지가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며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서울 지역에서 가장 먼저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작년 9·13대책의 직격탄을 맞으며 고점에서 3억∼4억원씩 낮은 급매물이 나오자 한동안 시장을 관망하던 대기 수요자들이 지난달부터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2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899건으로 일평균 74.9건이 신고됐다.

이는 지난 3월의 하루 57.7건, 2월의 56.3건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주택거래신고일은 계약후 60일 이내로, 이달 거래 신고가 증가한 것은 실제로 2, 3월에 계약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달 거래량도 작년 같은 달의 하루 평균 거래량(206.6건)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수준이지만 연초 극심한 거래 절벽에 비해서는 다소 거래의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시장의 중대 변수로 꼽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격이 지난달 중순 공개되면서 단독주택보다는 덜 올랐다는 안도감과 함께 불확실성 제거가 급매물 소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세도 다소 주춤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 주간 아파트값은 지난 1월 말 0.35%, 3월에는 주간 0.18∼0.19%씩 떨어졌으나 최근 3주 동안은 -0.07∼0.10%로 낙폭이 다소 둔화했다.

그러나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이달 들어 거래시장은 다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의 경우 지난해 9·13대책 이후 나왔던 15억원대 급매물이 모두 소진된 후 이달 초 실거래가가 16억4천만원으로 오르자 다시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고금액인 18억5천만원에서 3억∼3억5천만원 이상 빠진 급매물이 소진되고 1억5천만원 오른 매물만 남게 되자 매수자들이 다시 관망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5㎡는 지난해 최고가(19억2천만원)에서 3억원 이상 떨어진 16억1천만∼16억2천만원짜리 급매물이 소진된 후 지난달 실거래 금액이 18억원으로 오르자 최근 다시 매수세가 끊겼다.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달에만 17건 정도의 매매가 이뤄진 뒤 이달에는 거래가 거의 없다고 한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들이 관심 갖는 것은 급매물뿐"이라며 "아직 시장에 가격이 오를 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서 추격 매수는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대치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 조합원들이 재건축 조속 이행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강남 재건축 인가는 어렵다"고 밝힌 것도 관망세에 힘이 더해진 분위기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고점에서 20%가량 떨어진 급매물이, 서초구 잠원동의 일반 아파트는 10∼15% 낮은 급매물만 일부 거래된 뒤 이달 들어 다시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사업자 대출이 막힌 이후에는 매수세가 확연히 줄었다"며 "시세보다 아주 싼 급매물 아니고는 (매수 대기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강북도 최근 일부 인기 단지의 급매물이 몇 건 팔린 뒤 다시 잠잠한 상황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는 전용 77㎡ 매물이 임차인 승계 조건으로 최저 7억원에 거래된 뒤 현재 7억3천만∼7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9.13 대책 이후 거래가 계속 이뤄지지 않다가 최고 비쌀 때보다 1억원 정도 낮춘 매물들 위주로 간간이 거래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거래가 크게 늘거나 호가가 올라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도 최근 그동안 시장에 나와 있던 급매물 3건이 팔렸다.

전용 59㎡의 경우 9억8천만∼10억5천만원, 전용 84㎡는 지난달 11억8천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됐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내려가기 기다리던 대기 수요자들이 고점대비 1억∼2억원 정도 낮은 것들을 매수한 것"이라며 "그러나 싼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되고 있어서 호가가 다시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노원구의 중개업소들은 여전히 '거래 절벽'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84㎡는 고점대비 3천∼4천만원 떨어진 5억2천만원 선에서 시세가 횡보하고 있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급하게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 수요가 아닌 이상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아서 급매물도 거래가 잘 안된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상계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은 급매물이 좀 팔렸다는데 이 곳은 급매물도 잘 안나간다"며 "20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도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투자수요가 많았던 11단지의 경우 지난해 고점 대비 2억∼3억원 싼 급매물만 거래가 이뤄지고 일반 매물은 팔리지 않는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안전진단 강화 이후 주민들이 재건축 추진을 위해 각개전투를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재건축은 허용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목동은 워낙 단지규모가 커서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도 거래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광명시 철산동의 철산래미안자이 전용 59㎡의 경우 매도자가 7억5천만원에 팔려고 내놨다가 6억8천만원까지 가격을 낮췄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 전용 84㎡도 최고 9억원을 호가했으나 현재 8억원으로 떨어졌는데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다. 매수 대기자들도 이보다 더 떨어져야 사겠다는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4분기에는 매매거래가 거의 안됐고 올해 들어서도 한 달에 한 건 정도 팔릴까 말까 한 분위기"라며 "지난해 7월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 시세로 돌아가야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들도 호가가 고점대비 5천만∼8천만원 떨어진 가운데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거래절벽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며 "대출·세금 등 규제 강해서 매수의욕이 꺾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는 최근 '반짝' 급매 거래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확대, 3기 신도시·광역급행철도(GTX) 건설, 토지 보상, 금리 인하 가능성 등 상승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세금 규제 대책으로 쉽게 상승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급매물 소진 이후 낙폭이 다소 둔화할 수 있으나 상승 반등 움직임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거래 동결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6월 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점을 앞두고 일부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양도소득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들이 쉽게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증여나 임대사업자 등록 등 다른 절세 방법을 택하겠지만 전셋값 하락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도권 갭투자자들은 주택 수를 줄이는 차원에서 6월 1일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2년 거주해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가 어려운 매물이 올해 말까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며 "한동안 집값이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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