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세무서에 근무하는 박조세 조사관은 문의 전화에 시달린다. 콜센터(126)을 통해 민원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금 신고기간에는 콜센터가 마비될 정도로 문의 전화가 몰려 납세자들이 세무서로 직접 전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민원 전화받다보면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 결국 야근이다.
민원 전화는 이골이 났다지만 박 조사관은 "민원인이 내뱉는 욕설과 고성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겁박을 하거나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람까지 있다는 소문에, 그는 국세공무원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세청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2030세대를 비롯한 여성 직원들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쏟아지는 민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고,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높았다.
국세청이 최근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심리과학연구센터)에 의뢰한 '리더십·소통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국세청·세무서 소속 직원(6~9급) 3124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전체의 12%(372명) 가량이 '회피형' 인물로 구분됐다.
이 유형은 20~30대,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다른 군집(群集)에 비해 많았다.
주로 업무향상에 무관심하고 중요역할을 피하려 하며, 승진이나 민원 문제로 많은 고민을 갖고 있다고 한다.
회피형 군집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약 17%, 16%)이 가장 컸으며, 50대(6%)에 비해선 2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직급별로는 9급, 8급에서의 비율이 16%로, 다른 직급(7급 9%, 6급 6%)에 높았다. '5년 이하(근무기간 전체의 34%)'의 짧은 경력을 가진 집단에서 회피형이 가장 많았다.
이 군집에서의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전체 여자 비율(43%)보다 회피형(50%)은 7% 포인트 높았다.
지방국세청(9.2%)보다 세무서(12.8%)에 소속된 집단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비슷한 부류인 '번아웃형(낮은 직무 열의, 승진·민원 문제 고민)'도 30대, 8급, 여성, 5~10년 근무 경력으로 세무서에 몸담은 인물들이 다른 군집에 비해 많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승진 적체나 민원 처리 문제로 업무 의욕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일선 현장에서는 실무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은 세무직 일반공채(9급)시험에서 세법이나 회계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이후 9급 공채로 입사한 직원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세법과 회계학을 둘 다 선택한 직원(11.9%)에 비해 선택하지 않은 직원(17.7%)에서 회피형이 많았다. '업무미흡'을 구분하는 점수에서도 둘 다 선택하지 않은 직원(3.54, 둘 다 선택 3.40)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고객 관련 업무를 세분화해 직원들에게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배정해 직원들의 불만 해소, 근무 의욕을 고취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정서 관리와 이로 인한 신체적 고통 완화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과 요가 프로그램이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리자급(1118명 대상, 3급 이상~7급)에선 '의욕저조형'이 17%(190명)였다. '전형적유형(39%)', '도전형(30%)'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땐 이러한 인물 유형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업무 열의가 낮고 번아웃이 높다'고 평가된 부분이 문제다. 관리자로서 이러한 부정적인 증상을 외부에 표출했을 땐 조직의 분위기를 크게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연령대(50대 16.6%, 30대 10%)에 비해 40대가 18.2%로 가장 비중이 컸다.
직급이 낮을수록 이 인물형에 해당되는 비율은 높았다. 7급의 경우 47% 수준을 보였다. 6급(21%)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5급은 10%, 4급은 2%였다. 팀장급(20.7%)에서 의욕저조형으로 분류된 숫자가 다른 직책(과장 8.5%, 서장 이상 3.4%)에 비해 많았다.
보고서는 "공직자 스트레스를 낮출 방안이 필요하며, 특히 승진문제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인 요인들부터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더십은 긍정적 잡 크래프팅(Job Crafting)과 직무열의와 상관이 높으며 리더십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