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김지은 피해 폭로 경위 자연스러워…무고 이유 없어"
◆…서울고법은 1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을 뒤집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된 1심을 뒤집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직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 등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안 전 지사가 권세를 이용, 적극적으로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피해자가 신분상 비서라는 관계로 순종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채 생방송을 출연할 만큼 극단적 선택을 해 모멸감과 충격,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안 전 지사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는 당시 현직 도지사로서 피해자에 대해 인사권을 쥐고 있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했다"며 "따라서 피해자와 동의된 성관계였다는 안 전 지사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피해사실 폭로 경위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며 허위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거나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적이고 피해사실의 폭로 경위 역시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여차례 자신의 비서인 김씨를 4차례 간음하고 6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비서와의 관계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관계는 맞지만 성관계나 추행 당시 위력이 작용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처벌 규정상 위력 관계 즉,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남녀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위력이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1심은 "김씨가 피해를 잊고 수행비로서 열심히 수행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열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 및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에 대해 다퉈졌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를 지휘 감독하는 상급자가 권세를 이용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안 전 지사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반면 안 전 지사는 "고소인의 주장과 마음은 그 마음대로 존중하고 위로하고 싶지만 제가 경험한 사실들은 고소인의 주장과 상반된다"고 검찰의 주장에 반박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