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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 소설 속 기계동물이 현실로…'상상의 섬' 낭트

  • 보도 : 2019.01.28 09:13
  • 수정 : 2019.01.28 09:13

여행의 향기

프랑스 북서부 도시 낭트…'폐허의 공장 섬' 상상력으로 재탄생하다

조선소·공장 폐허의 도시가 '기계 테마파크'로…年 60만명 몰리다

프랑스 북서부 루아르(Loire)강이 흐르고 대서양이 펼쳐진 땅에 자리한 브르타뉴(Bretagne), 그 시작에 낭트(Nantes)가 있다.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에 밀려 지금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낭트는 상상 이상의 매력이 숨겨진 도시다. 고즈넉한 중세의 거리에는 브르타뉴 공국의 영광이 흐르고, 루아르 강변에는 대서양을 호령했던 항구 도시의 향수가 나부낀다. 폐허로 전락했던 공장 섬은 소설 속에서 튀어나온 기계 동물들의 보금자리로 변모했고, 예술과 사람, 자연이 뒤섞인 도시의 거리는 여유와 낭만이 넘친다. 유서 깊은 역사와 미래의 상상력이 요동치는 낭트에서 프랑스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고 왔다.

도시의 부활, 예술에서 답을 찾다

싱그러운 햇살이 내려앉은 아침,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향한 곳은 탈랑사크 마켓(March de Talensac)이다. 도시 중심에 있는 탈랑사크 마켓은 낭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이다. 1937년 개장한 이래 200여 개에 달하는 상점들이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낭트의 하루를 힘차게 열고 있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반도에 자리한 브르타뉴 지방은 풍부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미식의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탈랑사크 마켓은 그야말로 낭트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깔끔하게 단장된 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붉고 커다란 집게발을 까딱이는 바닷가재, 루아르 강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민물 생선, 탐스럽게 익은 제철 과일과 갓 구운 낭트 전통 케이크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역 농부와 어부들이 운영하는 상점 외에도, 품질 좋기로 유명한 치즈 브랜드 발리에바이르(Beillevaire)나 세계적인 초콜릿 장인이 운영하는 뱅생 귀에를레(Vincent Guerlais)도 만날 수 있다. 시장에서 활기를 가득 충전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도시를 탐방할 차례다.

낭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아르 강과 지류들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 덕에 낭트는 19세기까지 프랑스 최고의 항구도시로 위상을 떨쳤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도시의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자 도시의 영광도 저물기 시작했다. 경제는 무너졌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사람들은 하나둘 도시를 떠나갔고 조선소와 공장의 굴뚝은 작동을 멈췄다. 그러나 낭트는 체념하지 않았다. 도시의 부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고, 예술과 혁신 정신 속에서 해답을 끄집어 올렸다.

상상이 현실이 된 기계 섬

루아르 강 하단에 떠 있는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은 낭트의 기발한 창의력과 기술력을 집대성해놓은 곳이다. 본래 낭트 섬은 조선소와 공장이 가득하던 곳이었으나, 산업이 쇠퇴하며 폐허가 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낭트시는 골칫거리가 된 폐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이들을 재활용해 특별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공장의 부속품들을 모아 거대한 기계 동물과 놀이시설을 짓고, 빈 건물들은 실험장과 전시장으로 변신시켰다. 그 결과 삭막하던 공장 섬은 연간 60만 명의 여행객이 찾는 세계 최고의 기계 동물 테마파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양한 볼거리 중 단연 최고는 낭트 출신의 공상 과학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르 그랑 엘레팡(Le Grand Elephant)이다. 높이 12m, 48t에 달하는 나무와 철로 제작된 기계 코끼리가 수십 명의 사람을 등에 태운 채 섬을 활보한다. 넋을 놓고 바라보는 여행객들 머리 위로 커다란 포효를 내지르기도 하고, 기다란 코에서 물줄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된 이 신기한 섬 안에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의 얼굴에도, 무뚝뚝한 아저씨의 입가에도 천진난만한 미소가 한가득 번진다.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 《해저 2만 리》에서 모티브를 딴 회전목마, 르 카루셀 데 몽드 마랭(Le Carrousel des Mondes Marins)도 인상적이다. 심해부터 수면에 이르는 바닷속 세상을 배경으로 제작된 이 3층짜리 회전목마에서는, 말 대신 기괴한 바다 생물들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마치 공상 과학 영화 속에서나 만날 법한 풍경이다. 폐공장 건물에 들어선 레 마신 드 릴 실험실에 들어서니 상상의 나무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기계, 아르브르 오 제롱(l'Arbre aux Hrons)에 대한 준비가 한창이다. 거대한 곤충 기계들은 긴 다리와 더듬이를 움직이며 실험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무시무시한 모습의 식물들이 커다란 입을 위협적으로 뻐끔거린다. 2021년 미래의 낭트섬에는, 벌새와 곤충들을 품은 거대한 나무 옆으로 르 그랑 엘레팡이 활보하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몰락을 지켜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낭트는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3년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친환경 수도로 꼽혔고, '그린 앤드 블루 시티(Green and Blue City)'라는 별칭도 얻었다. 도시에는 10만 그루가 넘는 나무, 주변 도시까지 뻗어나가는 485㎞의 자전거 길, 100여 개의 공원과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그중 자르댕 데 플랑트(Jardin des Plantes)는 에코 도시로서의 낭트를 살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항해사들이 외국에서 공수해온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나는 온실, 알록달록한 꽃들로 꾸며진 정원과 호수, 거인이 앉을 만큼 거대한 벤치 조형물까지. 마치 숲속의 비밀정원에 들어와 있는 듯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낭트 시민들의 비밀을 이곳에서 찾은 듯하다.

브르타뉴 공국의 영광을 엿보다

낭트의 현재와 미래를 보았으니 이제는 과거로 떠날 시간이다. 본래 브르타뉴 지방은 브르타뉴 공국이라는 이름으로 939년부터 1532년까지 독립 국가를 이뤘고, 낭트는 공국의 수도를 담당했다. 기계 섬을 떠나 구시가지의 뷔페 지구(Le Quartier Bouffay)로 들어서자 시간은 수백 년 전 과거로 훌쩍 거슬러 오른다. 건축 기간만 400년이 넘는 생 피에르 생 폴 대성당(Cathdrale Saint-Pierre-et-Saint-Paul de Nantes)을 시작으로 노트르담 드 봉포르 교회(glise Notre-Dame de Bon-Port), 생 니콜라 성당(Basilique Saint-Nicolas)까지 중세의 향기가 짙게 밴 굵직한 유적들이 가득하다. 고즈넉한 18세기 건물들이 도열한 골목들을 유유자적 걷다 보니 발길은 자연스레 브르타뉴 대공의 성(Chteau des ducs de Bretagne)에 당도한다. 이 성은 브르타뉴 지방을 다스리는 공작의 거주지이자 요새의 목적으로 13세기께 프랑수아 2세에 의해 건립되기 시작했다.

도개교를 건너 성 안으로 들어서자 널찍한 코트 야드와 웅장한 성이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본관 바로 옆에는 16~17세기에 새로 증축된 르네상스 및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이 함께 서 있다. 서로 다른 양식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유익하지만, 두 건물이 지나온 세월의 차이가 색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고성 내부의 일부는 브르타뉴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32개의 방 안에 850여 점에 달하는 유물과 브르타뉴가 지나온 다사다난한 역사를 집대성해놓았다. 1488년 브르타뉴 대공 프랑수아 2세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그의 외동딸이었던 안(Anne de Bretagne)은 공작의 지위를 물려받게 된다. 당시 독립 국가였던 브르타뉴는 프랑스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었는데, 안은 프랑스의 왕 샤를 8세, 루이 12세와 차례대로 정략결혼을 함으로써 공국의 평화를 도모한다. 그녀는 평생을 공국의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지만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굴곡진 삶을 마감했고, 안의 죽음과 함께 브르타뉴 공국 또한 프랑스에 영원히 복속되고 만다. 공국의 역사는 막을 내렸지만, 그녀는 청동상이 되어 여전히 성문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취재협조 프랑스 관광청, 에어프랑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여행 메모

에어프랑스에서 인천국제공항과 낭트 아틀랑티크 공항을 잇는 파리 경유편을 운행하고 있다. 혹은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기차(TGV)를 통해 낭트까지 이동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이다. 낭트를 도보로 여행할 경우 거리에 새겨진 초록선을 따라가도록 하자. 유명한 쇼핑 아케이트 파사주 포메라예부터 낭트 타워, 레 마신 드 릴, 구시가지에 이르기까지 낭트의 주요 볼거리를 촘촘하게 연결한다. 탈랑사크 마켓의 개장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월요일엔 문을 닫는다. 브르타뉴 대공의 성 개장시간은 매일 오전 8시30분~오후 7시이며 여름철(7, 8월)은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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