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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한진家' 쫓고 쫓긴 9개월, 무엇을 남겼나

  • 보도 : 2018.12.28 14:12
  • 수정 : 2018.12.28 14:12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관세청의 수사 결과가 지난 27일 발표됐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지 9개월여 만이다.

올해 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갑질'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각 정부부처는 마치 마녀사냥이라도 하듯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세청, 법무부(이민특수조사대), 공정거래위원회,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총 11개 기관에서 19건의 혐의로 조사를 벌였는데, 총수일가의 '밀수혐의'를 밝히는 것은 관세청의 몫이었다.

'대형 건수'를 만난 관세청의 의욕은 최고조에 달했다. 검사 출신 김영문 관세청장의 진두지휘 아래 4월21일~5월21일 한달 동안 5차례에 걸쳐 총수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관세청이 재벌 총수일가를 직접 타게팅해 압수수색한 것도 지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6일에 1번 꼴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관련자 소환조사도 98명을 대상으로 120회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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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결과 관세청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관련자 5명 및 관련법인인 대한항공을 관세법 위반으로 입건해 지난 26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고발·송치했다고 밝혔다.

2009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260회에 걸쳐 해외 명품, 생활용품 등 1061점(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하고, 2013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0회에 걸쳐 가구, 욕조 등 132점(시가 5억7000만원 상당)을 허위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수사는 다행히(?) 검찰 고발로 이어지며 일단락 됐지만, 일각에선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관세청의 행보에 비하면 결과가 다소 초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의욕만 앞세우면서 증거인멸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은 첫 압수수색이었던 지난 4월21일 조 회장 3남매의 자택 및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 전산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현장에 방송 카메라를 스스로 불러들여 빈축을 산 바 있다. 통상 비밀리에 진행되는 압수수색 과정이 고스란히 언론사 카메라에 담겨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로 실시간 송출되는 진풍경이 연출됐기 때문.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치중해서였는지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창동 한진 일가 자택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1차 압수수색 이후 11일만에 재차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실제 비밀의 방에서 증거인멸을 한 흔적만 발견된 것.

이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김영문 관세청장은 첫 압수수색 당시 비밀의 방의 존재를 몰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희들이 알았다면 당연히 그때 했겠죠.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문이 나오는 구조였다"며 "참 안타깝게도 (비밀의 방을) 조금 치웠지 않나, 저희들은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는 사실을 에둘러 이야기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한 문제는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관세청의 압수수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미숙했다. 비밀의 방 운운하면서 그렇게 해가지고 빈손으로 나왔느냐"며 "관세청장이 직접 나와서 강제수사를 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 봤다. 관세청장이 나서서 압수수색하고 지휘하고 소환조사 계획 밝히고, 관세청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관세청장은 "관세청과 한진그룹이 유착됐다는 이야기가 나와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지적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관세청 직원들 "애초부터 어려운 수사였다"

인천세관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천세관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 압수 자료 등을 토대로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 내역, 시기, 밀반입 경로를 물품 별로 입증해야 하는 매우 방대하며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어려운 수사였다고 밝혔다.

또 총수일가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발견되고 세관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압수수색 중 밀수입 추정 물품이 다수 발견되었으나, 피의자들은 해당 물품을 국내에서 구매 혹은 선물 받았다고 하면서도 구매 영수증 등 관련 증빙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검사 수사지휘에 따른 해외 구매내역 등 보강수사와 다수의 총수일가, 해외지점 근무자 포함 대한항공 직원, 세관 직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병행하다 보니 수사가 다소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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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 관세청장.

수사가 장기화되자 관세청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실 관세청 내부에서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물품들을 이제와 어떻게 밀수품으로 밝혀 낼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했던 것.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관세청장이나 차장이 직접 나서 결과 브리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관세청은 수사결과 보도자료 조차 산하 기관인 인천세관 발표로 미뤘다. 인천세관에서 주도적으로 수사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사 초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하던 김영문 관세청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관세청 수사결과에 따른 총수일가의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과 관련된 정치적 사안이라 이례적으로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이 정도 규모의 밀수와 허위신고는 벌금형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질적인 통관 문제, "앞으로가 더욱 중요"

이번 사건은 한진 총수일가 뿐 아니라 특정인물에 대한 그동안의 통관 관행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유착, 밀수경로 등 통관행정에 구멍 난 부분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관세청도 수사와 동시에 TF팀을 통한 발 빠른 대처를 진행했다.

관세청은 우선 항공사 의전팀 등의 비공식 의전을 통한 휴대품 대리운반 전면 금지하고 출입국 횟수, 면세점·해외 신용카드 고액 구매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별관리대상을 지정,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 상주직원 통로, 승무원·항공사 직원 등에 대한 점검 및 검사를 강화하고 항공사의 수입화물 검사와 보세구역 점검강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관세청은 여행자 휴대품 실태 점검, 휴대품 검사에 대한 국민인식 및 전문가 의견 수렴, 연구용역 등을 통해 여행자 휴대품 통관체제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관세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사태가 사회적 분위기와 정치적 요소로 인해 다소 과도하게 진행된 면도 있지만, 과잉의전 등 일부에 대한 특혜와 통관 사각지대는 언젠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며 "결과를 떠나 국내 통관행정의 병폐를 점검하고 긍정적 대안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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