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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폐지하자는데... "문제는 세수(稅收)야"

  • 보도 : 2018.11.23 09:00
  • 수정 : 2018.11.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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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는 이익이 나도 내지만 손실이 날 때도 내야하고, 앞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넓은 층이 내도록 되어 있어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증시 급락 충격여파에 따라 40년 동안 요지부동인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폭되고 있다.

1963년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1971년 한 차례 폐지됐다가 1978년 다시 도입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행 거래세율은 ▲코스피 0.15%(농어촌특별세 포함 시 0.3%) ▲코스닥·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거래행위'에 과세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날 경우에도 과세가 되는 증권거래세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오는 2021년 4월부터 종목별 시가 총액 3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예정이기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는 기존 1만명에서 약 8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은 양도세를 내면서 거래세까지 내야 한다.

실제 아시아 주요국의 거래세율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중국 홍콩은 0.1%, 싱가포르는 0.2%의 거래세를 매긴다. 대만은 지난해 0.3%에서 0.15%로 낮췄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거래세가 없다.

폐지냐 축소냐, 쌓여가는 증권거래세 관련 법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증권거래세 인하 움직임에 일제 시동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올해 3월 증권거래세율을 현재의 5분의1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은 "세제 원칙의 구현과 시대적 변화 반영을 위한 증권거래세 폐지가 필요하지만 세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현재 부과하고 있는 증권거래세율을 0.5%에서 0.1%로 낮추도록 법을 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도 지난 15일 증권거래세 폐지를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 의원은 "지난달 29일 코스피지수가 약 22개월 만에 2000선 이하로 내려가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시장에서 주식 거래로 이익이 있을 경우 이미 양도소득세로 과세를 하고 있어, 증권거래세를 또다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실제로 미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들은 이러한 이유로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고 별도의 증권거래세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자금의 규모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내 보유 비중이 현저히 낮은 개인투자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어, 과세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조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4조6301억원으로 추정되는 증권거래세 가운데, 소위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소액 개인투자자에 부과된 증권거래세는 3조2569억원으로, 전체 증권거래세의 70.3%에 달한다.

조 의원은 "주식거래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과는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면서 "재정수입 확대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현행 증권거래세법을 폐지하는 것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 9일 발의한 공매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함께 이번 '증권거래세 폐지법률안'이 통과되면, 개미투자자로 불리우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권에서도 폐지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3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폐지를 포함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해 정부에 제안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수공백 우려하는 정부…전문가들, "거래세 축소하고 양도세 늘려야"

증권거래세 폐지를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는 무엇보다 세수손실을 우려하는 눈치다.

나라 살림 살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세수가 감소하는 것은 어떤 이유가 됐든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세수 공백 때문에 증권거래세 인하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김 부총리는 이날 "증권거래세 0.1%p 인하에 2조원 정도의 세수가 좌우된다"며 "이론적으로 검토 가능한 사안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거래세 인하는 주식 양도소득세 문제도 있어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 신고세액은 전년보다 8% 늘어난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6조2828억원까지 늘어난다. 올해는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연 6조원이 훌쩍 넘는 세금을 포기해야 하는데,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정부가 이를 포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통행세 성격의 증권거래세를 남겨둬 더 많은 세수를 걷은 뒤 복지 정책 등에 활용하는 것도 좋고, 증시가 위기에 빠질 것을 대비해 정책 여력으로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주식 매매를 하는 계층은 일반적으로 중산층 이상일 가능성이 높은데, 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가 비게 되면 결국 일반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세수를 메워야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일 국회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히면서도 "증권거래세 인하가 주식거래량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축소하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금융세제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는 당초 투기를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시장 효율성과 과세 형평을 저해하고 있고 세수 비중도 지나치게 확대됐다"며 "과거 증권거래세를 과세하던 독일, 스웨덴, 일본 등도 이 같은 이유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한 것을 참고해 한국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전화통화에서 "증권거래세는 손실 및 이득과 상관없는 수수료성 세금이다. 수수료는 증권회사에 내고 있는데 정부에 수수료를 또 내야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거래세는 당장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차적으로 하향조정을 해나가야 할 것이고 양도소득세는 증시 상황에 따라 세수의 불안정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도록 대상자 확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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