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등 신남방정책 지지기반 확보···특별회의 유치 등 성과
미·중·러 정상급 회담···한반도 비핵화 관련 성과
일본과는 정상회담 없어, 다소 아쉬움 남아
◆…17일-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함께 한 각국 정상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박 6일 간의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일정을 마무리하고 18일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신남방정책 지지기반을 확보했고, 중국·러시아 정상회담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한반도 주변 4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정상 및 정상급 인사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함으로써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 관련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신남방정책 추진의 교두보 마련, 경제적 성과도 기대
문 대통령은 우선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주요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 방향과 성과를 설명하고 관련국 정상들로부터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한국 개최가 확정된 것은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일본·중국 등 3개국에 치중되었던 교역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인도에 이르는 주요 신흥국으로의 교역 다변화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 국가와의 교역규모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유치한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다자정상회의 중 최대 규모로 신남방정책의 상징적인 외교행사가 됨은 물론 경제적 성과도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콩강 유역 국가는 베트남을 필두로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신흥국들이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우리나라와의 교역 확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베트남 경제성장의 견인 역할을 함은 물론 K-pop 등 한류로 인한 친한(親韓) 분위기가 높아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도 역시 최근 경제 성장 속도가 가파르고 경제 개발 파트너로서 한국과 협력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높아 향후 신남방정책 추진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3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 한반도 비핵화 관련 정상외교 성과 거둬···미·중·러 정상급 회담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관련 외교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상회담,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면담,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관련 진전 상황을 공유하고 핵심 쟁점인 대북 제재 관련 의견을 나눴다.
먼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처를 위해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관련 진전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의 뜻에 동의하는 발언을 했다.
15일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공고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 관련 한미간 이견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강조한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양국간 긴밀한 협조와 공조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CVID) 방식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는 부분에서 진전을 보도록 하겠다면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미 동맹에 대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의식, 한미 동맹은 그 어떤 때보다 공고하고 양국간 동맹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함께 맺어진 동맹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하기도해 불협화음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 및 북미 간 협상 진전 상황을 설명했고,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했다.
한중 정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이 남북 관계를 더 성숙하게 할 것이라며 방한을 요청했고, 시 주석은 내년 편리한 시기에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중국으로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에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은 상태이며, 내년에 시간을 내 방북할 생각이라고 밝혀, 내년 중에 남·북을 동시 방문해 중국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북미간 대화 교착상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비핵화 프로세스의 공고한 진행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가 불가하다는 미국.EU의 입장과 전면으로 대치할 것으로 보여 북한 비핵화 문제가 한반도 주변 강대국간 이해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개국 중 유일하게 일본과는 최근 일제 강제징용 관련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등으로 갈등이 심화되어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향후 한일 외교라인 등 채널을 통해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8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끝으로 5박 6일간의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공군1호기로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잭슨 공항에서 이륙, 서울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