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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제개편 왜 필요한가?]

①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국산 맥주…종량세 절실

  • 보도 : 2018.11.09 14:38
  • 수정 : 2018.11.12 12:13

국산 맥주 고사위기...공장 가동률 떨어지고 일자리 줄어
국내 생산 수입맥주도 해외서 생산하는 사례 늘어

국산 맥주가 고사위기에 놓였다. 값싼 수입맥주가 물밀 듯이 몰려오면서 설 땅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맥주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국산 맥주 제조회사들 마저 국내 생산 맥주보다 외국산 맥주를 수입해서 파는데 열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판매할 맥주를 해외 생산해서 비싼 운송비를 들여 수입하는 편이 더 이익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주류에 부과되는 세제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조세일보는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맥주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층 분석해 시리즈로 다룬다. <편집자>

고사 위기에 놓인 국산 맥주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종량세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를 현 종가세 방식에서 종량세로 개편할 경우 국내에서 제조되는 맥주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조세일보의 조사 결과도 일치한다. 국내로 수입 판매되고 있는 주요 수입맥주 25개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운송료 및 관세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제조되는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리터(L)당 평균 327.59원 개선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만큼 종량세의 신속한 도입이 절실한 셈이다.

국산 맥주의 경쟁력 향상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500ml 캔 기준 현재 논의되고 있는 835원의 종량세를 과세했을 경우 국산맥주의 가격은 363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맥주는 89원 가량 인상될 것으로 추정됐다. 

외국산 맥주는 그동안 종가세가 부과됨에 따라 운임료 등 비싼 물류비를 물고서 국내에 수입해도 국산 맥주보다 싼값에 팔아 맥주시장을 잠식해왔다. 외국산 맥주가 FTA(자유무역협정) 효과에 종가세 혜택까지 누리는 사이에 국산 맥주는 안방을 내주는 신세였다.

국내 수입되는 외국산 맥주의 물류비 부담을 보면 그 실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수입되는 일본맥주의 경우 올해 1월부터10월말 현재까지 평균 내적용량 16.5t(톤)을 적재할 수 있는 20ft(피트) 컨테이너 4007개 분량이 도입됐다.

컨테이너 당 평균 선박운임과 하역비용, 서류발급 비용 및 통관비용, 보험료 등을 포함한 물류관련 비용은 836달러, 관세 4726달러를 합한 수입비용(상품 제외)은 5562.46달러로 리터당 369.15원에 달했다.

수입부대비용 추산

◆…자료:관세청,itsilkroad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미국 맥주의 경우에는 높은 운송비로 인해 더 많은 부대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운임을 포함한 물류비 3169달러, 관세(FTA 체결로 15%만 적용)2716달러 등 5884.69달러에 달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리터에 390.53원이었다.

멕시코산 제품의 경우는 비교적 상품 단가는 낮았음에도 높은 운송관련 비용과 관세로 인해 부대비용이 상품 값의 절반에 달했다. 멕시코산 맥주의 컨테이너 당 평균 수입가격은 1만3058달러였지만 물류비 2319달러, 관세 4502달러 등 추가되는 비용은 6825달러로 1리터에 452.63원을 더 부담하고 있었다.

수입 맥주가 이같이 큰 비용을 감내하고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메리트가 주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생산하던 해외 브랜드 맥주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편 맥주에 대한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자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세제가 산업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역설해 주고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오비백주와 아사히 등이 다시 국내생산으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수입 물량이 많은 업체들도 국내생산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운송비용 부담이 큰 미주나 유럽지역 수입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특히 “오비맥주의 경우 세제부담으로 인해 미국으로 제조처를 이전한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캔 제품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고 관세장벽이 높은 아사히 등 일본맥주들도 한국 내에서 제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물류비용 부담은 물론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 제품의 경우 관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한국내 위탁생산과 같은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동일한 생산조건과 노동환경일 때 운송비 등 부대비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브랜드는 물론 추가되는 비용부담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회사들도 국내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거나 위탁생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수입맥주도 현재와 같은 가격에 더 맛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유럽과 미국산 맥주는 생산즉시 운송을 시작해도 짧으면 30일, 길면 40일을 넘겨 인천항에 도착되고 도매상과 소매점을 거쳐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통상 50일 이상 소요된다.

신선한 맥주가 맛있다는 것은 애호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간  수입맥주는 운송기간이 길어 산패가 이뤄져 공장 출고 시와 같은 신선한 맛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종량세 도입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수입맥주를 소비하게 된다면 보다 신선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업계관계자는 “국내 맥주제조 회사들은 세제개편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얼마 못가 국내 맥주 시장에는 수입 브랜드만 남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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