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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합격수기]-박이정 합격자

"후회와 눈물 섞인 나날들…실패의 원인부터 찾자"

  • 보도 : 2018.11.05 06:23
  • 수정 : 2018.11.05 06:23
ㅇㅇ

□ 들어가면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제 53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박이정입니다. 저는 2015년 초 수험생활을 시작해 2016년 1차 불합격후 다시 도전해 2017년 1차 합격, 그리고 그 해 2차에서 한 과목만 합격하는 안 좋은 결과를 보았지만 올해 최종 합격하게 됐습니다.
 
이 시험을 합격한 동기들, 혹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머리가 비상한 편도 아니고, 몇시간을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공부에 몰두할 정도로 집중력이 탁월하지도 않습니다. 그랬던 제가 두 번의 쓰디쓴 실패를 겪었음에도 그 다음해에 각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할 때마다 그 원인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합격수기는 제가 과목별로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보다는 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지켜보며 깨닫게 된 주의해야 할 점을 전달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싶습니다. 끝이 없는 동굴을 달리는 것만 같은 수험생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이 합격수기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 6가지 학습 가이드

1) 시간이 있을 때 자만하지 말고 공부하자

이 시험은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사람이 이긴다, 막판 2개월이 합격을 좌우한다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체력에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첫 1차 시험 직전 2개월 동안 주말까지 6시 기상 및 11시 반 취침을 유지하고 식사시간과 이동시간에도 책을 보는 등 누구보다 열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친 첫 1차 시험 결과는 기대와 달리 정말 좋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재능이 없는 건가 하는 자책감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나서 원인을 생각해보니 막판에 몰아칠 수 있는 체력만을 믿고 그 전에 여유가 있을 때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막판에 지쳐서 무너지는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절실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정해진 합격자수 이상으로 많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합격의 문을 여는 사람은 12월부터 다급하게 몰아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미 꾸준하게 공부를 해 온 사람들입니다. 소수의 천재가 아닌 이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자만하지 않고 꾸준하게 공부해서 탄탄한 기초를 갖춰놓은 사람만이 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시험과 연구는 다르다

가끔 학원이나 고시반 사람들과 공부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공부를 함에 있어 수험이 아닌 연구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경제학이나 재무관리와 같이 내용에 한계가 없고 유기적인 과목들을 공부할 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론을 공부하는 도중 조금이라도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날 때까지 넘어가지 못하거나, 특정 이론의 도출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기본서를 읽고 또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부는 본인의 지식수준에 대한 자기만족이 될 뿐 수험적인 측면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하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공통점은 시험에 나올 부분만 확실하게 공부하고 그 이상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차수험생 및 동차생, 다유예생인 분들은 주어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공부를 하는 목적이 학문적인 지식을 넓히는 게 아닌 시험에 합격하기 위함임을 항상 생각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공부를 목표로 하시기 바랍니다.

3) 객관식 문제를 못 푼다면 연습서를 건드리지 않는다

제가 수험 생활 동안 했던 크고 작은 실수들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객관식 세법도 제대로 풀 실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무회계연습서 스터디를 무리하게 강행했던 것입니다. 비록 버거울지라도 연습서 문제를 풀고 나면 1차 수준의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연습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기초적인 개념들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게 되니 그저 서브노트와 해답을 뒤져가며 푸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았고 며칠만 지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지난 수험기간을 돌아보면, 결국 그 시간들은 합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의미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실력이 갖춰져 있지 않는데 무작정 연습서 문제를 푸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수험생 자신은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힘만 많이 들 뿐 오래 지나지 않아 허무하게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립니다. 아직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다면 작은 사이즈의 객관식 문제부터 반복해서 풀면서 충분하게 기초를 다지고, 며칠 동안 서브노트를 보지 않고도 필수 문제를 상당수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을 때 비로소 연습서로 넘어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자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4) 한 두번 건드리고 갈 바엔 처음부터 안하는 것이 낫다

수험생들은 보통 지엽적인 부분(대표적으로 세법의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해 한 번이라도 인강을 들어놓거나 문제를 풀어놓으면 시험장에서 운 좋게 기억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어낸 사람은 저를 포함해 수험 생활 동안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출제될 확률이 낮은 주제일뿐더러, 설사 출제가 됐어도 촉박한 시간과 긴장감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무리하게 붙들고 앉아있을 수 없어 다른 문제부터 먼저 풀다가 결국 건드리지도 못하고 답안지를 제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모든 내용을 전부 다 가져갈 수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들은 내가 가져가지 못할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미련을 가지지 말고 처음부터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개념은 익혔지만 계산문제가 완전히 숙달이 되지 않았거나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들을 찾아 그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때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아침형 인간에 집착하지 않는다

저는 잠을 잘 때 새벽 2시 가까이 되어 늦게 잠드는 편이며 또한 선천적으로 잠이 많은 체질이어서 남들보다 기상시간이 늦는 편입니다. 그랬기에 시험을 준비하면서 줄곧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졌었고 아침형인간이 되기 위해 평소 기상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학원으로 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급하게 학원으로 뛰어와 독서실자리로 와서 공부를 시작하면 졸음과 싸우다가 결국 책상에 엎드려 정신 없이 잤고, 그렇게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에 오후까지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다가도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정신이 맑아져서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또 늦게 잠들었고, 다시 다음날에 억지로 일찍 일어나려고 하는 것이 반복됨으로써 고통과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공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일찍 일어나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충분히 잠을 자는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그리고 예외를 두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전략으로 바꿨습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면서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었고, 주말에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온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남들보다도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온 생활패턴을 억지로 바꾸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며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새벽에 공부하고 아침에 잠이 들 정도로 틀어진 생활습관이라면 분명 교정이 필요하겠지만, 저녁형 인간인 수험생들이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아침 일찍 일어나려고 집착하는 것 보다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대신 예외를 두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합격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6) 약점 노트 만들기

마지막으로 저는 약점 노트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같은 실수를 해서 계속 틀리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이유로 인해 같은 실수가 발생하는 건지를 파악하고, 자주 혼동해서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그 혼동하는 부분들을 한 데 모아 노트에 기록으로 남겨 수시로 읽고 상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약점이 고쳐지게 되면 체크해서 없애 나감으로써 빈틈을 메우는 동시에 끝까지 고쳐지지 않은 부분들은 시험 바로 직전에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다짐시키며 시험을 쳤습니다. 그 결과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실수로 틀리지 않게 하는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 글을 마치며

저에게 수험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 속에서 포기하고 내려놓고 싶을 때도 많았고, 실패를 겪을 때마다 이 시험에 발을 들인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눈물을 삼킨 적도 많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결과를 얻고 나면 이러한 기억들도 치열하지만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면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를 하는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실패를 겪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인 길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자주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이 합격수기가 여러분들이 지치고 고독할 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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