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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200억 탈세 10억과 똑같은 처벌?…탈세 처벌 강화 필요

  • 보도 : 2018.10.11 14:33
  • 수정 : 2018.10.11 14:33

[편집자주]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총수 등 고액 탈세자의 실형 선고 비율이 다른 형사범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세범에 대한 집행유예 비중이 높고, 최근 무죄판결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다. 이에 재벌 총수 등 고소득 탈세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3회에 걸쳐 [이슈분석]으로 모색한다.

① 탈세해도 돈만 내면 그만?…재벌 총수, 대부분 집행유예
② 200억 탈세 10억과 똑같은 처벌?…탈세 처벌 강화 필요
③ 국세청 범칙조사 강화…사법경찰관 도입, 실현 가능성은.


수백억 원대의 탈세를 저지르고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범 형사처벌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조세포탈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비중이 절반 이하로 조사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백억 원대의 탈세를 저지르고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범 형사처벌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조세포탈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비중이 절반 이하로 조사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1930년대 미국의 유명한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 그는 마약·살인·도박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부와 경찰을 매수해 법망을 피해갔지만, 탈세 혐의에 발목이 잡혀 결국 조세포탈죄로 11년의 실형과 벌금 5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알 카포네는 재산 대부분을 탈세액과 벌금으로 내고 출소 후 8년 뒤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알 카포네가 한국에서 탈세 혐의를 받았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조세범 처벌 등 통계에 따르면 탈세범의 실형 비중이 적고, 실형을 받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알 카포네가 국내 법정에 섰다면 복역 후 다시 활개하고 다녔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고액의 탈세를 저지른 조세범에 대한 형량이 다른 형사범에 비해 저조해 관련 법령 및 양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세범 처벌법은 조세포탈에 대해 징역 3년의 상한을 두고 있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할 경우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발표한 '조세범에 대한 처벌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탈세 혐의에 대한 1심 판결 중 집행유예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5년 동안에는 조세범에 무죄 판결을 선고한 비중이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세포탈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의 구간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가법상 조세포탈죄의 양형기준은 포탈세액 10억 원과 200억 원을 동일한 양형구간에 두고 있다.

◆…조세포탈에 대한 대법원 양형기준의 구간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가법상 조세포탈죄의 양형기준은 포탈세액 10억 원과 200억 원을 동일한 양형구간에 두고 있다.

조세포탈 양형기준 세분화해야

이 같은 선고 추세의 배경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조세포탈죄의 양형기준'을 꼽는다. 조세포탈 양형기준의 구간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포탈세액에 따른 판결이 일관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법원이 2017년 정한 양형기준에 의하면 특가법상 조세포탈죄의 양형기준은 포탈세액 10억 원과 200억 원이 동일한 양형 구간으로 규정돼 있다. 200억 원을 탈세해도 10억 원과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양형기준에는 조세포탈 규모가 10억 원 이상인 경우에도 양형 구간의 최하한을 2년 6개월로 정하고 있어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행 형법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문은희 입법조사관은 "양형기준은 강제성은 없지만 양형구간이 세분화돼 있지 않을 경우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며 "특히 포탈세액 10억 원과 200억 원을 동일구간에 놓은 것은 상응하는 형벌로 보기 어렵고 법관에게 지나치게 큰 재량권을 부여한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조세범 양형인자 조정, 미수범 도입 필요

문 조사관은 또 '조세범죄 양형인자(가중·감경요소)'에 대해서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조세범 처벌을 감경하는 요소로 '포탈한 세액 중 일정 부분 이상이 징수되었거나 징수되리라 예상되는 경우'를 두고 있는데 이는 조세범을 행정범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감경요소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문 조사관의 설명이다.

그는 "포탈한 조세를 추징하는 것은 조세범죄로 인한 국고 손실을 회복하는 당연한 조치"라면서 "'진지한 반성'과 같이 객관적인 기준 없이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요소는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양근복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역시 "포탈세액만으로 형량을 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양한 가중·감경요소를 참고해서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지나치게 포괄적인 양형기준은 국민 법 감정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미수범 처벌 규정과 자격정지형 및 사회봉사·수강명령을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조사관은 "현행법상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통해 조세포탈을 시도한 경우에도 유무죄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처벌의 공백은 '안 걸리면 이득이고 걸려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식'의 탈법의식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세범 처벌법 개정 요구, 고액 탈세범 집행유예 방지

한편 거액의 탈세를 저지르고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아 집행유예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조세범 처벌법(특가법상 조세) 규정 자체의 개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해 1월 포탈세액에 따른 형량을 상향 조정하는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또 가중처벌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5배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강화했다.

박 의원은 "고소득 자영업자 및 전문직의 탈세 인원 및 탈세 소득이 점점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조세 포탈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조세 포탈 행위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박 의원의 개정안은 조세소위에 계류 중이다. 

조세범 처벌과 관련해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은 "고의적인 조세포탈 행위는 개인 재산 침해와 동일한 선상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고의 손실이 없으면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국고주의적 사고를 벗어나 처벌해야 부정한 방법을 통한 고의 탈세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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