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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27)]

사실혼 관계는 상속권이 없다

  • 보도 : 2018.10.10 09:43
  • 수정 : 2018.10.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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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진다 / 마치 저 머나먼 곳에서 떨어지듯이 / 머나먼 하늘에 있는 정원에서 그것들이 시들었을 때 /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다 / 그리고 밤마다 무거운 대지가 / 많은 별로부터 고독 속으로 떨어진다 / 우리 모두는 떨어진다 / 여기 이 손도 떨어진다 /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볼지니 / 모두가 떨어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

배우자와 사별하고 여생을 또 다른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로 살아온 부부가 있다. 이들 사이의 상속은 어떠할까.
 
먼저, 사실혼의 개념부터 정리하자. 사실혼은 법률혼이 아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음으로 불륜과 사실혼은 다르다. 사실혼은 결혼의 의사와 결혼 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다.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요구된다. 첫째, 결혼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둘째,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될 만한 결혼 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 판례가 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동거 사실의 유무 또는 동거 기간, 부모 등 다른 사람에게 알렸는지 여부, 결혼식을 올렸는지 여부 등이다. (윤진수, 《친족상속법 강의》)
 
다음은 중간결론.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배우자가 사망한 다음에는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도 없다. 학자 중에는 사실혼 배우자에 대해서도 상속권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현행 민법의 해석론을 넘어선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위반이라며 헌법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결정(2014.8.28.선고 2013헌바119결정)했다. 다만 일부 재판관들은 보충의견에서 생존한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송에서의 쟁점은 이랬다.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하고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대원칙인 '평등의 원칙'위반이다. 또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헌법 제36조 제1항)라는 조항에 위배 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이랬다.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쳐 명확성과 획일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으며, … 법적으로 승인되지 아니한 사실혼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한마디로 상속이라는 법률관계의 엄격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실혼 배우자는 어떤 대책을 가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의 권유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찌 보면 하나 마나 한 소리가 들어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지 말고, 법률혼으로 가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미리 증여나 유증을 받아두라는 것이다. 사실 유사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
 
사실혼 배우자(A)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중증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상대 배우자(B)가 '사실혼 파기를 이유로 한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A가 사망했다. 법원은 A 씨 생전에 B 씨의 의사 표시로 사실혼이 종료됐기 때문에 B 씨에겐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다고 했다.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바꾸는 것이 예방의 첩경이다. 다음으로는 미리 증여나 유증을 받아두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는 앞선 대법원 판례처럼 즉각 사실혼을 해소하고 재산분할청구를 하는 방법이 대책이 될 것이다.
 
덧붙이면 공무원연금법은 사실혼 배우자를 특별히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그렇다. 현재 통용 중인 자동차종합보험 약관도 사실혼이나 법률혼 간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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