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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와디럼, 화성을 닮은 붉은 사막

  • 보도 : 2018.10.01 09:30
  • 수정 : 2018.10.01 09:30

여행의 향기

이두용 작가의 여행 두드림 - 요르단 암만·와디럼·제라시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고대 문명이 살아 숨쉰다

해외를 많이 다니는 내게 주변에서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다녀본 나라 중 어디가 가장 좋았어?” 그럴 땐 고민하지 않고 “요르단!”이라고 답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던 낯선 땅. 중동의 외딴 별이라고 불리는 이국적인 명소들.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더 특별한 이곳. 10년 전 첫걸음이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이어져 수차례 나를 끌어당겼다. 여전히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요르단, 그곳으로 들어간다. 

고대의 역사 교과서, 암만성

요르단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도 있는 것처럼.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떠나온 이곳. 그리고 4개월간 머물렀다. 아무것도 몰라서 더 궁금했던 문화와 종교, 사람과 도시. 오래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때 살았던 곳이 수도 암만이다. 이곳은 아랍인 중심인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고대로부터 다양한 민족이 각자의 문화와 종교를 뿌리내리며 살았다. 도시는 뉴 시티와 올드 시티로 나뉜다. 올드 시티에는 암만의 상징이기도 한 암만성이 있다. 성을 중심으로 일대에서 이슬람 문화는 물론 로마와 비잔틴에 이르는 역사적 유적을 볼 수 있다.

성은 해발 850m 언덕에 1.7㎞에 이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투를 위해 세워진 곳으로 여전히 이곳에 오르면 사방으로 도시 곳곳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놀랍게도 이곳에선 신석기 시대부터 우마이야 왕조에 이르는 유적이 발견돼 수천 년간 사람이 살았음이 증명됐다.

암만성 전투로 가장 유명한 것은 성경 구약에 등장하는 암몬왕국의 전쟁이다. '다윗' 왕이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시기 다윗은 오른팔이던 장군 '우리아'의 아내를 취하고자 가장 치열했던 이곳 전장으로 우리아를 보냈고 그는 이곳에서 전사한다. 그 일화는 성경에 암몬성 전투로 남아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고대 로마 시대에 세워진 헤라클레스 신전의 기둥이 보인다. 언덕을 따라 오르면 근처에 비잔틴교회 유적이 나타난다. 그 옆으로는 우마이야 시대의 키오스크 돔과 왕궁 터가 이어진다. 이슬람 문화가 특별한 것은 자신들 이전의 종교와 문화의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암만 이외의 도시에서도 이슬람 이전 시대의 성이나 교회 건물 일부만 바꿔서 자신들의 성지로 사용했던 것을 여러 번 봤다.

암만성은 세계 고고학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다. 1920년대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발굴과 복원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요르단은 고고학으로 보면 천국 같은 곳이기도 하다. 암만성뿐 아니라 국가 최고 명소인 페트라를 비롯해 제라시, 케라크 등 대부분의 도시가 유적과 유물 백화점이다. 파면 팔수록 새로운 유물이 나와서 끝을 알 수 없다고.

여러 문화의 교집합, 암만

암만성에서 입구 좌측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로마 원형극장이 있다. 대중교통은 없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멀어 보이지만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도보로 20분 남짓 걸린다.

이 극장은 2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사암인 바위산을 깎은 뒤 돌을 채워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이 가득 들어찼을 때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워낙 보존이 잘 돼 있어서 여전히 공연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이곳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모습을 떠올려봤다. 과거 로마제국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길래 이곳에 그들의 손길이 남았을까. 항공기로도 먼 이곳까지 그 힘이 온전히 이어졌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올드 시티의 다운타운이 있다. '발라드'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유명 드라마 '미생'의 첫 장면을 촬영했다. 같은 음식도 이곳에서 먹는 것과 뉴 시티에서 먹는 건 가격이 달랐다. 암만을 여행한다면 한번쯤 이곳에서 식사를 해보자.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느껴보고 싶다면 성전인 모스크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사전에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종교행사가 있는 날이나 특정 시간에는 입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요르단에는 수많은 모스크가 있는데 하루에 다섯 번씩 확성기로 기도 방송을 한다. 암만은 물론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라면 어느 도시에나 모스크가 있다. 이 덕분에 기도 시간이면 어디에 있든 기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 '마션' 촬영지, 와디럼

중동은 역시 사막으로 통한다. 요르단에도 사막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붉은 사막, 와디럼이다. 처음에 붉은 사막 얘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 그곳에 갔을 때 눈앞을 막아선 붉은 사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디럼은 아랍어로 계곡을 의미하는 와디(Wadi)와 달을 의미하는 럼(Rum)의 합성어다. 달의 계곡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처럼 밤이 되고 달이 뜨면 이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바뀐다. 국내외 여러 작가가 이곳을 '지구에 있는 외딴 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곳은 우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 무대로 자주 등장했다. 할리우드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 마크가 화성에 불시착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와디럼은 방문자 센터로 입장한 뒤 지프 투어를 통해 사막을 관람해야 한다. 코스와 옵션을 골라서 선택한 다음 정해진 지프 차량에 올라야만 사막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울퉁불퉁한 모래 위를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한참을 달리면 마션에 등장했던 무대가 나타난다. 사구와 함께 기암괴석이 높게 치솟으며 길게 이어진 카즈알리 계곡이다. 이곳에선 차에서 내려 걷는다. 앞을 막아서는 사암 계곡의 벽이 정말 우주에서나 볼 수 있는 형상처럼 오묘하다. 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볼 수 있는 초콜릿 퐁듀의 원액이 흘러내려 굳은 것 같은 모습이다. 좁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에 상형문자와 고대인의 언어로 새겨놓은 메시지가 곳곳에 보인다.

인근에는 베두인 캠프가 있다. 베두인은 아랍의 유목민을 뜻한다. 베두인 캠프는 유목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낙타를 타고 가까운 사막을 둘러보거나 유목민의 음식을 먹으며 공연을 즐긴다. 숙박을 신청하면 유목민 천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요르단 속 고대 로마, 제라시

제라시는 암만에서 북쪽으로 48㎞ 떨어진 도시로 고대 로마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라시는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세워졌고 로마제국의 위성도시 10개 중 하나에 속했던 곳이다. 입구인 개선문부터 이어진 고대 로마의 기둥이 마치 도열한 군인처럼 오와 열이 정확하다. 수천 년이 지났지만, 기둥에 새겨진 문양 하나하나가 아직도 정교하다. 많은 기둥 덕분에 제라시는 '천 개 기둥의 도시'라는 별명도 있다.

제라시는 고대 로마 이후 페르시아와 우마이야 왕조, 예루살렘왕국, 오스만제국 등 다양한 시대를 거치며 번영과 패망을 거듭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이곳의 명성은 한 번에 사라진다. 서기 726년 일어난 대지진 때문이다.

제라시는 지진 이후 천년이 훌쩍 지난 1806년 독일의 탐험가 시츠(Seetz)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00년 넘게 이곳의 역사와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놀라운 건 현재까지 발굴한 게 25%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그것들은 고대 로마의 위성도시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한 편이라고. 안쪽에 남아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원형극장, 제우스 신전 등 걸으면서 만날 수 있는 유적 대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온전했다. 요르단에 왔다면 반드시 북쪽도 들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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