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조세 > 내국세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세청법' 제정 캠페인]

허송세월 '20년'…'국세청법'은 왜 번번이 좌초됐나

  • 보도 : 2018.09.10 07:09
  • 수정 : 2018.09.10 07:09
Image Map

국세청의 전신(前身)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사세국이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소요될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재무부 사세국 소관이었던 세입업무를 독립시켜 1966년 3월3일 '국세청'을 창설했다.

사실 국세청 개청은 오랜 시간 동안 세밀한 검토 과정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이루어졌다.

1965년 당시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돈줄을 고민하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 줄 미국의 경제고문단이 한국을 찾았다(1965년 7월~9월).

고문단 일원이었던 리처드 머스그레이브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을 만나 미국 국세청(IRS)와 같은 독립된 징세기관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듬해 1월~3월 단 3개월 동안 국세청 개청 발표와 실제 개청이 전광석화처럼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본청이 입주할 청사 건물을 구할 시간이 없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소재 '노라노 양재학원' 건물에 부랴부랴 임시청사를 마련할 정도였다.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정부기관 설립을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허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낸 것이 독이 됐던 것 아닐까.

이후 국세청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국세청의 효율성(정치 세무조사 논란) 등 이런 저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국세청의 독립성과 특수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주어진 권한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명시한 별도의 조직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청법(1949년 제정)과 교육공무원법(1953년 제정), 경찰공무원법(1969년 제정), 소방공무원법(1978년 제정) 등 해당 기관 및 소속 공무원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별도 조직법이 만들어지는 와중에도 '국세청법(또는 국세공무원법)' 제정 논의는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세청법

국세청법 제정의 필요성과 개념적 정립이 태동된 시기는 1999년이었다.

당시 '제2의 개청'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국세행정 개혁을 추진한 안정남 전 국세청장이 '국세공무원법'으로 명명된 별도의 조직법 신설을 국세청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표방한 것이다.

당시 국세공무원법의 핵심은 ▲국세공무원 특정직(국세행정직) 전환 ▲국세행정고시(5급) 신설 ▲국세행정수당 신설(세수증대포상금) 등으로 사실상 국세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특별대우'를 명시한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비리 유인이 큰 '돈'을 다루고 국가세수 증대에 기여하는 바가 큰 국세공무원들의 업무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들을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다른 보수체계 하에 관리해야 한다는 국세공무원법의 취지는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나갔고, 결국 이로 인해 유관기관(행정자치부 등)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더 나아가 이후 국세청법 도입이 시도될 때마다 '트라우마'처럼 작용, 번번히 도입 시도를 무산시킨 촉매가 됐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엄호성 전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로 세상에 소개된 국세청법은 당시 시대가 요구하고 있던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법제정 취지와 실제 내용(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국세청장 내부승진제 등)이 추가됐지만, 국세공무원 특수직 전환 및 별도 보수표 적용 등 조항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부딪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당시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이 대선 공약(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제시된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국세청법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아예 국회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2013년 정성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4년 조정식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달아 좀 더 진일보한 국세청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꽝'이었다.

당시 정성호, 조정식 의원이 국세청법 제정안을 만들어 내놓은 이유도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및 독립성 강화가 핵심이었다. 정 의원이 제출한 국세청법 제정안은 2013년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조항에 대한 유관기관간 조율 필요성 등 반대논리를 펼친 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듬해 국회에 제출된 조 의원의 국세청법 제정안은 당시 정치권을 휘감은 정쟁(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종북·빨갱이 비난 논란)의 여파에 휩쓸려 아예 논의 조차 되지 않았다.

국세청법 제정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귀결된 이유는 정치권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즉 집권세력인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국세청이 가진 권한은 자신들의 통제권 하에 두고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활용할 가치가 대단히 크다.

이는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실제로 국세청도 최근 자신들의 권한이 과거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인정했다).

1999년을 제외하고 그동안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야당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여당은 매번 반대했다. 아직 국회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올해 2월 국회에 제출된 국세청법 제정법률안 또한 야당 의원(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작품이다.

정부 내부에서의 반대 목소리는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에 대한 부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실상 국가공무원법 및 정부조직법의 틀 안에서 국세청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유관부처(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들의 속내가 여기에 묻어나 있는 것이다.

즉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정치권과 정부 유관부처의 보이지 않는 '이기심'이 뭉쳐 국세청법 제정을 가로막아 왔다는 것이다.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