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내년부터 국세청 조직이 6개 지방국세청 체제에서 7개 지방국세청 체제로 확대 개편된다.
지난 1999년 중부지방국세청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사라졌던 경인지방국세청이 '인천지방국세청'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20년 만에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인천지방국세청 신설을 요구해왔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예산 문제 등 여러 이유가 발목을 잡아 왔다.
하지만 올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인천지방국세청 신설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예산이 확보, 내년 개청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제규모 밀리지 않는데... 지방청 없었던 '인천'
지난 1999년 폐지됐던 경인지방국세청은 인천과 파주, 수원 등 경기 서북부 지역 세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치면서 정부조직에도 예산절감 및 효율화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을 경인지방국세청이 타게됐다.
특히 1999년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의 '제2의 개청' 선언이 맞물리면서 경인지방국세청은 중부지방국세청으로 통합 1급 지방국세청으로 흡수 통합됐다. 당시 전국에 산재해 있던 134개의 세무서도 대폭 축소, 국세청은 '6개 지방국세청·99개 세무서 체제'로 재편됐다.
국세청이 자신의 뼈와 살을 깎는 의미가 담긴 제2의 개청을 선언한데는 '세풍(稅風)사건'도 한 몫했다. 지난 1997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당시 국세청이 기업들을 동원해 불법 정치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국세청에 대한 개혁 요구는 거세졌고 국세청은 자의반 타의반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6개 지방국세청 체제는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지만 세무서 숫자는 지역주민들의 필요성과 요구에 따라 '야금야금' 증가, 올해 현재 125개 세무서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인천지방국세청 신설 문제는 2010년을 전후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인천 및 인근 지역(경기 서부)의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실제 인천지역은 인천국제공항터미널 개항과 영종, 송도, 청라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6대 광역시(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로 살펴보면 인천은 2016년 기준 80조9000억원으로 81조3000억원을 기록한 부산 다음으로 높았다.
지방국세청이 있는 대구와 대전, 광주의 경우 49조원에서 33조원 사이에 머물러 인천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형편이다. 인구 규모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인구는 현재 300만명을 육박하는 수준(295만명)으로 6대 광역시 중 부산(347만명)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지역경제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천지역을 관할하는 4개의 세무서(인천·서인천·북인천·남인천)만으로는 고액 경정청구,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과세 이의신청 등 지방청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세정민원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었다.
인천지역 거주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골치 아픈 세정민원 해결을 위해 발품을 팔아 중부지방국세청이 위치한 수원을 오고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풀리지 않던 숙제, 드디어 풀리다
인천지역을 관할하는 지방국세청 신설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한 것은 국세청이었다.
인천지역 납세자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중부지방국세청에서 관할하는 지역 자체가 경기와 인천, 강원지역까지 너무 넓어 촘촘한 세원관리가 힘든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직원 1명이 담당하는 납세자 수가 제주 1263명, 경기 1258명, 인천 1224명 순으로 많아 중부국세청의 업무가 타 지방국세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중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국세청은 인천지방국세청 개청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지난 2012년 설치했다. 출범 초기, 세무조사 전담 조직에 불과했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인천지청'이라고 지칭하는 등 인천지방국세청 개청의 밑밥을 깔아놓았다.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후 조직을 계속해서 확충해 현재는 '미니 지방국세청급'으로 몸집이 커졌다(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현원 175명).
인천지방국세청 개청이 실질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는 지역민들의 요구와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정치쇼'도 주효했지만 국세청이 지난 2012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설치 이후 꾸준히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조금씩 늘려 놓은 것이 확실한 기틀이 됐다.
즉 대단위의 인력과 조직 확충, 예산 투입 없이도 당장 지방국세청급 조직으로의 확대 개편이 가능한 상태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논의로 최종 확정된 인천지방국세청 소속 인력 규모는 357명(지방국세청+산하 00개(미정) 세무서)으로 312명은 기존 중부지방국세청 인력으로 충당하고(조사4국 인원 포함), 순증 인력은 '47명'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