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년간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를 중심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자격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증권사 상반기 사업보고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액은 51조526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7조5088억원 대비 8.5% 늘었다. 2015년 상반기 37조5140억원에 비해선 37.4% 증가했다. 지난 3년 동안 자기자본이 14조123억원 늘었다.
정부가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충한 증권사에게 3조원 이상,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신규업무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합병을 추진하고 유상증자에 나섰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2015년 상반기 2개사에 불과했던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가 5개사로 늘었다. 3조원 이상의 대형IB도 5개사에서 7개사로 증가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대우가 대형 M&A를 통해 자기자본 8조1649억원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이어 NH투자증권(4조8723억원), 삼성증권(4조5490억원), KB증권(4조3911억원), 한국투자증권(4조3104억원) 순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확보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3조3303억원), 신한금융투자(3조2644억원)은 3조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2016년 말 미래에셋증권을 흡수 합병하며 NH투자증권을 제치고 자기자본 규모 1위로 올라선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대우의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은 8조164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조151억원(14.2%) 늘어났다. 이로써 국내 증권사 최초로 종합투자계좌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자기자본은 지난해(4조6925억원)보다 3.8% 늘어난 4조8723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자기자본이 8.4%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3개사(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는 3~5위권에서 매년 순위가 바뀌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상반기까지 자기자본 3조원대 대형IB였던 이들 증권사는 정부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업무를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는 정책 발표 후 자기자본 확충에 적극 나섰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KB증권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을 합병하며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 초대형IB 반열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월 3383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4조원을 돌파하며 초대형IB 반열에 진입했다. 최근 1년 사이에도 이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4조5490억원으로 업계 4위에서 탑3 반열에 올라섰다.
KB증권은 2016년 말 현대증권을 인수하며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넘어선 케이스다. 2016년 상반기 현대증권 시절 3조3101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은 합병 후 4조2162억원으로 불어나 초대형IB 대열에 진입한 이후 올해에는 4조3911억원으로 자기자본이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11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3104억원으로 업계 5위다.
자기자본 규모 3~5위의 세 증권사간 순위가 매년 바뀌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2015년 상반기 삼성-한국투자-KB 순이었던 자기자본 순위는 2016년 삼성-KB-한국투자, 2017년 한국투자-삼성-KB, 올해 상반기엔 삼성-KB-한국투자 순으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은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자기자본 순위 6위, 7위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은 3조33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22억원 늘었다.
2015년 상반기 자기자본 1조1983억원에 불과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3년간 자기자본을 2.8배나 늘려 2015년 상반기 업계 9위에서 지난해와 올해 업계 6위로 뛰어 올랐다.
이 증권사는 지난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고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7년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선 끝에 지난해 11월 국내 증권사 중 7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3조2644억원으로 업계 7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7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 후 지난해 3월 정부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중형 증권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몹집키우기에 나선 곳은 하나금융투자와 키움증권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1조이상 중형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 현재 5개사로 집계됐다. 하나금융투자가 2조6480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이어 키움증권(1조8777억원, 9위), 대신증권(1조7739억원, 10위), 유안타증권(1조1365억원, 11위), 신영증권(1조931억원, 12위) 순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자기자본 1조9242억원이었던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3월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2조6480억원으로 늘렸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입을 목전에 둔것이다.
키움증권도 지난 2월 35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지난해 자기자본 1조3712억원에서 올해 1조8777억원으로 36.9% 대폭 늘려 지난해 10위에서 대신증권을 제치고 9위로 한단계 순위가 올랐다.
대신증권의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1조7739억원으로 지난해 자기자본 1조6864억원 보다 5.2% 증가했지만 순위는 한계단 하락한 10위에 머물렀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 1조1365억원으로 지난해(1조202억원) 대비 11.4% 증가해 지난해 12위에서 11위로 한계단 올랐다.
신영증권의 상반기 자기자본은 1조931억으로 지난해 대비 3.1% 늘어나는데 그쳐 유안타증권에 역전을 허용하며 12위로 밀렸다.
자기자본 1조원 이하 중소형 증권사들 중에선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8582억원) 보다 6.5% 증가한 9140억원으로 증권업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교보증권(8506억원, 14위), 현대차증권(8069억원, 15위), 유진투자증권(7389억원, 16위), 하이투자증권(7354억원, 17위), DB금융투자증권(6245억원, 18위), IBK투자증권(6058억원, 19위) 순이었다.
중소형 증권사 중 자기자본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BNK투자증권이었다. 이 증권사는 지난 3월 BNK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기자본 규모를 지난해 2105억원에서 4114억원으로 늘렸다. 자기자본 순위도 지난해 38위에서 올해 27위로 급등해 30대 증권사 반열에 올랐다.
외국계 증권사들 중에선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자기자본 5261억원으로 20위에 올라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5147억원, 21위), 제이피모간증권(4637억원, 23위), 메릴린치증권(3730억원, 29위), 노무라금융투자(3497억원, 30위)가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