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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본 조세]

세무조사와 적법절차의 원칙

  • 보도 : 2018.08.14 10:00
  • 수정 : 2018.08.14 10:00

2017. 12. 19. 개정된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의 제출 요구를 금지하고, 장부 등을 일시 보관하는 요건과 방법 및 절차를 보완하는 규정을 두었다. 세무조사는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 등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하며 종국적으로는 조세의 탈루를 막고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세무조사를 받는 당사자에게는 상담한 부담이므로 세무공무원의 세무조사권 행사는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은 법률에 따른 납세의무(제38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제59조)를 천명하고 있으나, 세무조사의 적법절차 및 납세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헌법 제12조에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1998. 5. 28. 자 96헌바4 결정 등)와 대법원(2014. 6. 26. 선고 2012두911 판결 등)은 모두 위와 같은 적법절차 원칙이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강학상으로도 헌법 제38조가 정한 납세의무는 국가구성원인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재정적 부담을 진다는 적극적 성격과 함께 국가공권력이 자의적 과세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소극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평가되므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의미는 세무조사를 통해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될 경우에는 적법한 세무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무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의 연혁을 살펴보면, 개별 세법상 질문ㆍ조사권이 규정되어 있는 이외에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가 1996. 12. 30.자 국세기본법 개정에서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의 선진화를 위해 중복조사의 금지와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에 관한 규정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2002. 12. 18.자 국세기본법 개정에서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세무조사를 행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함과 아울러 납세자가 일정한 과세기간 이상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에 의해 표본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경우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 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되, 과세관청의 조사결정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이 확정되는 세목의 경우에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납세자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은 세금 관련 장부에 관한 조사일 것이다. 조사주체로서는 세금 탈루 사실 등에 관한 명확한 증거 확보를 위해 영업에 관한 장부나 각종 자료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려고 할 것인데, 피조사자로서는 영업에 필요한 장부나 자료를 모두 제출하면 영업 자체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고 영업비밀이나 고객정보 등 민감한 자료가 노출되어 추가적이고 심층적인 조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반영하여 개정 국세기본법에서는 세무조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장부 등의 제출을 요구하여야 하며 조사대상세목 및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과 관련 없는 장부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없게 했고(제81조의4 제3항), 과세관청이 장부 등을 일시 보관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장부 등을 일시 보관하는 방법 및 절차를 보완하여 세무공무원이 일시 보관 전 납세자에게 일시 보관의 사유 등을 고지하도록 하고 납세자에게는 위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 일시 보관할 장부 등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할 권한을 부여하였으며(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11 제1항, 제2항), 세무관서에서 장부 등을 일시 보관하고 있는 장부 등에 관하여 납세자의 반환 요청이 있으면 최대 28일 이내에 반드시 반환하도록 하여 납세자의 권리를 보장하였다.(제81조의10 제4항)

납세자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위와 같은 법률개정이 바람직하지만, 실제 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실익이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문제이다. 당장 “세무조사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조사대상 세목 및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과 관련 없는 장부등”의 범위와 관련하여 조사주체와 납세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조사자와 피조사자 사이의 역학관계나 일선 현장에서 세무조사 공무원이 갖는 실질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납세자가 어느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법령이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과세당국 스스로 법률의 개정취지를 고려하여 적법한 세무조사 및 과세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결국은 납세자 스스로 적법절차 원칙에 관한 정당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헌법재판소와 법원 역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위해 전향적인 결정과 판결을 내리면서 세무조사 및 과세행정과 관련한 적법절차 원칙을 완성시켜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유) 지평
김태형 변호사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졸업,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서울지방변호사회 제14기 조세연수과정 이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제3기 회계연수원과정 이수, 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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