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협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재판에서 "국가정보원 자금이 이 전 청장에게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사진 : 더팩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이 전 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등 손실)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당시 국세조세관리관)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이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은 2011년 9월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DJ비자금 추적 지시를 받은 김 전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고 활동자금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차장은 "당시 국세청 1층 로비에서 김 전 국정원 국장을 만나 청장 접견실까지 안내했다"며 "김 전 국장이 브리핑을 마치고 (이 전 청장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면서 활동자금이라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이 전 청장이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이 전 청장이) 김 전 국정원 국장이 돈을 갖고 온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경위에 대해서는 "김 전 국정원 국장이 쇼핑백을 건넨 사실이 기억나 검찰수사과정 중 이 전 청장에게 말했다"면서 "하지만 이 전 청장이 펄쩍 뛰며 '언제 만났느냐'고 질책해서 모시던 상사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차장은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거나 검찰에 회유에 따라 (이 전 청장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의도로 증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차장은 고(故)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지시와 관련해서는 "이 전 청장이 지시를 했을 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자금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생각돼 당황했다"면서 "국정원이 국세청 시스템을 이용한 것으로 정치적인 동기가 있었을 것이라 추정했다"라고 증언했다.
반면 이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박 전 차장이 국정원 자금을 전달할 당시 배석했던 경위에 대해 박 전 차장에게 집중 추궁했다.
변호인단이 "김 전 국정원 국장은 2011년 7월과 9월말경 두 차례 이 전 청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박 전 차장은 "만났던 사실은 있지만 한 번으로 기억하고 그 시기는 정확치 않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박 전 차장이 해외정보원 자금전달과 관련해 증언을 거부하면서 중간에 비공개로 전환되기도 했다.
검찰은 "해외정보원에 자금을 전달한 부분이 국익과 국가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가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공개를 요청해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재판이 비공개로 잠시 진행됐다.
이 전 청장은 재임 시기인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해외 정보원에게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용을 지급한 혐의(국고손실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데이비슨 프로젝트'로 알려진 DJ비자금 소문 추적 작업 과정에서 해외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3500만 원과 미화 5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봤다.
이 전 청장의 다음 재판은 11일 해외정보원 관련자의 증인신문으로 진행된다. 박 전 차장 또한 5월 국고손실 혐의로 추가 기소돼 오는 20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