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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납세환경 개선 캠페인]'바른' 세금, '바른' 기업

'세금 역차별' 받는 국산맥주…'종량세'로 바로잡자

  • 보도 : 2018.06.12 08:05
  • 수정 : 2018.06.12 09:34

'맥주 4캔 1만원'에서 시작해 '4캔 5000원', 심지어 '1캔 990원' 마케팅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주변에 널린 편의점에서 풍선껌 한 통을 사려고 해도 최소 1000원은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맥주값은 저렴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싸졌다. 

값이 싸다보니 '목이 마르면 생수 또는 커피가 아니라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농담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맥주값이 저렴해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는 저렴한 가격의 맥주는 모두 '수입맥주'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국산맥주는 항상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맥주가 점점 저렴해지면서, 이제는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아예 상대가 되지 않다보니 국산맥주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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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도 비싸다고?" = 과거에는 수입맥주 4캔에 만원이 저렴하다고 느껴졌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수입맥주들이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비싸게 느껴지고 있다.

수입맥주 4캔 1만원 가능케 한 비상식적 '주세체계'

수입맥주 가격이 이토록 저렴해질 수 있는 이유는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주세) 때문이다.

같은 맥주라면 똑같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에 대한 세금부과체계가 다르다.

수입맥주의 경우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시점인 통관단계에서 수입업체가 제출한 가격을 기준으로 주세 72%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수입업체가 맥주 1병의 원가를 1000원으로 제출했다면 주세는 720원이 부과되는 것이다. 여기에 주세의 30%인 교육세(216원)와 과세표준·주세·교육세의 10%인 부가가치세(194원)를 더하면 수입맥주 1병은 2130원이 된다.

하지만 국산맥주의 경우 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을 더해 최종 과세표준을 정하고 여기에 주세 72%를 부과한다. 즉 원가가 수입맥주와 같은 1000원이라 해도 판촉비나 이윤을 더한 1500원을 과세표준으로 잡은 뒤 여기세 72%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세만 1080원이 된다. 여기에 교육세 324원, 부가세 290원을 더하면 최종가격은 3194원이 된다. 원가가 같은 1000원이라도 수입맥주는 세금이 1130원, 국산맥주는 1694원이 되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월등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는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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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왜 국산맥주를 외면하나

국내산이 수입산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개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싼 가격 보다는 '맛' 때문에 수입맥주를 선호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잘못된 점을 알면서도 선뜻 제도개편에 나설 경우 맞게될 역풍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어느 순간부터 국내산 맥주는 수입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맛'이 없는 맥주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국산맥주의 경우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맥아 함량이 수입맥주보다 낮아 젊은이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무조건적으로 수긍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많다.  

일명 '세금 회피 맥주'로 알려진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의 경우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라는 이유로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어야만 맥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주세가 72% 부과되며 기타주류는 주세 30%, 교육세 10%가 부과된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을 줄여 주세를 30%만 부과받는 등 원가도 아끼고 세금도 줄여 12캔에 1만원에 판매하는 등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품에 안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4캔 1만원에 파는 수입맥주도 필라이트급의 가격경쟁력은 없다. 

필라이트는 저렴한 가격을 등에 업고 지난해 2억캔이 판매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필라이트의 성공사례는 가격경쟁력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선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국산맥주는 맛없다'는 뜬구름 같은 이유 보다는 불리한 가격경쟁력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국산맥주를 점차 외면하도록 만들었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채 정부의 '무념무상'이 더해지면서 작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이유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차별이 불러올 나비효과?…업계 "종량세로 개편해야"

맥주가격이 소비자 선택의 주된 이유라면 업계의 선택도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오비맥주가 최근 주력제품인 카스(Cass)를 '역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한 사실에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인 미국산 카스를 역수입해서 국내에 들여왔다. 상식적으로 운임비 등을 더해 최종 판매가격이 국산인 카스보다 더 비쌀 것 같지만 오히려 국산 카스보다 12%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산 카스는 수입맥주로 분류되어 원가에만 주세가 매겨진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일을 그냥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가격경쟁력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국내맥주 제조회사들이 줄줄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맥주를 역수입해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가계경제가 줄줄이 무너지는 등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한국GM 공장이 폐쇄된 군산지역의 경우는 직원들이 군산지역을 떠나면서 지역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맥주에 대한 주세 부과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해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만들어야 국산맥주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주세는 종가세로 부과되고 있다. 종가세는 공장출고 시 술 1㎘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지만 종량세는 생산하는 주류의 양과 알콜의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종가세를 종량세로 개편할 경우 도수가 높은 소주는 세금이 올라가는 반면 고급위스키 등은 세금이 낮아지는 등 소주를 즐겨찾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국세청은 소주나 위스키를 제외한 맥주에 대한 주세만 종량세로 개편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 술'인 소주에 대한 가격인상 우려는 피해가면서 맥주에 대한 과세체계만 손보겠다는 것이다.

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국내시장에서 1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시작에 유입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주류회사들은 생산시설을 놀리던가 인력을 감축하던가 나중에는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수입주류에 과세시점을 바꾸거나 국산주류에 과세표준을 바꾸거나, 아니면 종량세 전환 등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했다"며 "어떤 대안이든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종량세 전환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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