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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연구]

기업어음은 지급은행에 이자 원천징수의무 없어

  • 보도 : 2018.05.21 08:30
  • 수정 : 2018.05.21 08:30

기업어음(CP)의 발행기업으로부터 어음금의 지급만을 위탁받은 지급은행은 어음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어음은 기업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융통어음으로, 보통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 발행된다. 이 때문에 어음금의 지급이 이루어질 경우 어음의 소지인 등에게 할인액만큼의 소득이 발생하게 되는데, 세법은 이를 이자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발행기업은 증권회사 등을 통하여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어음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어 소지인이 누구인지 및 얼마의 이자소득이 발생하였는지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되지 않은 기업어음에 딸린 이자소득의 원천징수였다. 기업어음의 만기가 되면 어음 소지인은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에 어음교환소를 통한 기업어음의 지급제시를 요청한다. 이 은행은 받은 기업어음을 어음교환소에 보내 결재를 요청한다. 한편 발행기업과 당좌거래를 하는 지급은행은 어음의 만기에 발행기업의 당좌계좌에서 어음금을 인출하여 어음교환소를 통하여 지급한다.

이 때 지급은행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다. 어음교환소를 통한 어음금의 결재 과정은 기업어음이라고 하여 통상의 상업어음과 다른 것이 없다.

그런데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의 원천징수의무는 원칙적으로 이를 자신의 채무이행으로 지급하는 자에게 있다. 따라서 어음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는 원칙적으로 어음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어음 발행기업이 부담하는 것이고 지급은행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법은 징수편의를 내세워 이자소득을 지급하는 자 외에도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에서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는 자'에게도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지급은행이 어음 발행기업의 '원천징수의무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번 판결은 “관련법의 문언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는 이자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징수업무 즉, 원천납세의무자로부터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을 수권 또는 위임받은 자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따라 어음의 발행기업으로부터 어음금의 지급을 위탁받은 지급은행은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령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원천징수는 소득의 지급자로 하여금 지급할 소득금액에서 납세의무자가 부담할 세액을 공제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예외적인 징수방법이다. 원천징수의무자로서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원천징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원천징수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가산세뿐만 아니라 원천징수하여야 할 세액에 상당하는 금액까지 징수당하는 위험까지 부담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천징수의무를 지우는 조세법령을 해석할 때에는 더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지급은행은 어음 발행기업들로부터 당좌예금계약상 기업어음의 어음금 지급 외에 원천징수업무까지 명시적으로 위탁받은 바 없었다. 또한 어음금 지급 위탁과 관련하여 발행기업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액수 등을 고려하면 발행기업과 지급은행간에 원천징수업무의 묵시적인 위임 의사가 존재한다고 추단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을 들어 지급은행에게는 어음 할인액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타당하다. 대법원2018.2.8.선고 2017두48550 판결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임선민 변호사

[약력]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제55회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이메일] smim@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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