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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세청법' 제정 캠페인]

②권력의 뒷면, '정치보복' 논란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

  • 보도 : 2018.05.11 08:52
  • 수정 : 2018.06.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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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김대중-노무현 10년 동안 이어진 진보정권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통상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을 단행, 새로운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정치의 속성.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사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세간에 파다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 발발했다. 성난 민심이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이명박 정권은 위기를 맞는다.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해 7월30일 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을 대거 동원해 연매출 3000억원 규모의 재계 서열 620위 기업인 태광실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심층)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태광실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 그룹의 리더격인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기업이었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구석이 많았던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시작부터 논란이 됐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일지

'왜 하필 지금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본사가 경상남도 김해인 태광실업은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인데 과거 '(청와대)하명 조사국'으로 불리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한 것도 의구심을 키우는 소재가 됐다.

그러나 국세청은 "통상적인 교차세무조사(관할 지방국세청을 바꿔 진행하는 세무조사)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간의 분석은 전 정권 사정을 통해 광우병 파동으로 험악해진 국면 전환을 노린 기획된 세무조사 아니냐는데 무게가 실린 가운데 태광실업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로비 의혹 등 '맛깔스러운' 재료들이 속속 터지면서 검찰은 2008년 8월, 11월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개시, '박연차 게이트'의 베일이 본격적으로 벗겨지기 시작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있어서 국세청의 역할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끝낸 국세청은 세금 추징(200억원 추정)과 함께 박연차 회장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얻어낸 크고 작은 자료들(특히 박연차 회장의 여비서가 가지고 다니던 수첩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은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며 2008년 12월~2009년 4월까지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를 비롯해 박연차 회장 등을 줄줄이 구속했다. 이제 수사의 칼끝은 노 전 대통령에게 향했다. 

2009년 4월30일 오전 7시30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하마을 사저를 나선 노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의 모습은 방송국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 됐다.

검찰 소환조사 후 그의 구속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던 2009년 5월23일 새벽,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사저 인근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 생을 마감했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하는 극단의 상황에 직면한 검찰의 예봉은 크게 꺾였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2009년 6월5일) 혼란스러움 속에 검찰은 급히 박연차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2009년 6월12일)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그 태생부터 정치적 목적, 즉 노 전 대통령을 노린 기획세무조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세청장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직접 기획 및 지휘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종료를 전후해 일부 언론에서 한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보고 자리에서 태광실업 조사와 관련한 사항들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청와대가 해명자료를 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8년 말, 정권 실세들과의 부적절한 골프회동 및 그림로비 의혹에 휩싸여 불명예 퇴진한 한 전 국세청장이 2009년 3월15일 돌연 미국으로 날아가 버리면서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의혹은 미궁으로 빠졌다.

급기야 검찰은 도미 2년이 지난 20011년 2월24일 귀국한 한 전 국세청장을 소환조사했지만, 결국 기획세무조사(직권남용 등)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덮어버렸다.

이후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금기어'가 되다시피 했다. 

진실을 밝혀 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모두 묻혔고,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9년 동안의 보수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수립된 이후인 2018년 1월, '적폐청산'을 위해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만든 국세행정개혁TF가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였다"고 규정하며 진실규명은 사실상 일단락이 된 모습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였다'고 규정한 국세행정개혁TF의 발표가 가진 의미는 대단히 크다. 어떤 이유에서건 국세청의 권력이 특정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거나 혹은 이득을 주기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무조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미운 사람이든 고운 사람이든, 막강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든지 소위 돈도 빽도 없는 사람이든지 탈세를 했다면 동일한 잣대로 공평하게 세무조사를 해야 국민이 납득을 할 것이다.

세무조사가 공평무사하게 실시되어야 함은 굳이 국세공무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아는 원칙이다.

그런데 당시 국세청은 왜 그랬을까?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했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했어야 할 일 아니었나? 그러지 않은 것은 정권 눈치보기 아니었겠는가? 정권 교체 후 복잡미묘한 시기 정기세무조사도 아닌 특별(심층)세무조사를 했으니 국민의 지탄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된 것이다.

특정인, 특히 권력최고위층 또는 국세공무원 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세무조사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는 법규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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