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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연구]

기부금 과세 때 납세자 선택한 법률관계 존중해야

  • 보도 : 2018.05.08 08:30
  • 수정 : 2018.05.08 08:30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법정기부금에 해당한다면 그 기부행위에 깔린 의도나 최종적인 결과만을 가지고 거래관계를 재구성하여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인이 사업과 직접 관계없이 무상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그 공공성의 정도에 따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된다. 특히 세법은 국가나 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기부금품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일정 한도 내에서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법정기부금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A는 태백시의 요청에 따라 150억원을 지정기탁하였다. 이 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법정기부금으로서의 요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에 A는 기부금을 세무상 비용으로 처리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과세당국은 이 기부금의 세무상 비용처리를 부인하면서 A에게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그 이유는 태백시가 A로부터 지급받은 기부금을 B공사에게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도록 교부하였기 때문이다. A의 기부행위는 사실상 A가 태백시를 통하여 B공사에게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기부행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상대방 및 수혜자를 태백시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거기에 별다른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법정기부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어 대법원은 "그 최종적인 결과만을 내세워 이 사건 기부행위와 태백시의 자금지원 행위를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섣불리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였다.

세법은 납세자가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제3자를 통해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나 거래를 거치는 방법의 거래를 취할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정한 거래나 행위에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A는 B공사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태백시의 지속적인 요청을 거절해왔다. 그러다 A는 태백시의 제안으로 기부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비로소 기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 본다면 A의 기부행위를 세법적 측면에서 부당한 비정상적인 우회행위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가 B공사의 정상화를 통하여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행위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원칙적인 입장이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두3270 판결 등 다수). 이러한 맥락에서 이 판결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조세회피의 목적을 보다 신중히 판단하여야 함을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대법원2018.3.15. 고 2017두63887 판결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정영훈 변호사

[약력] 서울대 심리학과,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1기 수료, 육군법무관
[이메일] yhjung@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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