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강요로 설립된 K스포츠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설립허가취소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더팩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로 설립된 케이(K)스포츠재단이 재단 설립허가 취소를 두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법정에서 충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케이스포츠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재판에서 케이스포츠 측은 "최씨의 강요에 따른 강제 모금은 있었지만 재단 자체적으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며 설립허가 취소처분에 반발했다.
케이스포츠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불법행위에 따라 부당하게 출연금을 받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기부한 출연금은 깨끗한 것이기 때문에 재단 설립 자체를 문제삼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출연했던 70억원에 대해서도 케이스포츠 측은 "최씨와 결탁된 것으로 확인된 일부 직원들이 돈을 받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재단법인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케이스포츠 측은 "대한체육회가 수년전부터 시행해온 하남시 체육시설 부지 사업에 따라 재단이 체육시설 설립을 추진한 것"이라며 "이후 대한체육회가 부지 제공을 취소하는 바람에 사업을 추진할 수 없어 정상적인 이사회 의결에 따라 70억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케이스포츠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최씨의 강요에 따라 2016년 5월 신 회장에게 70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받았다가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를 앞두고 롯데에 이를 돌려줬다. 신 회장은 70억원을 뇌물로 공여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징역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케이스포츠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등 본래의 사업목적에서 벗어나 공익을 해쳤기 때문에 민법 제38조에 따른 설립허가 취소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고,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케이스포츠 재단의 재산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및 피해 기업들에 대한 강요에 의해 출연된 범죄수익"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익을 추구한 것이기 때문에 케이스포츠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의 암울한 역사 그 자체"라고 밝혔다.
재판부도 "롯데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과정을 보면 최씨가 실질적인 대표자 역할을 했는데 그것이 과연 재단과 상관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볼 수 있나"라며 케이스포츠 측의 소송제기에 의문을 표했다.
케이스포츠 측은 이에 대해 "기존 대표가 불법행위로 처벌돼 새로운 대표가 취임했을 경우 재단의 존속까지 논의돼야 하는지는 다퉈볼 문제"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케이스포츠 재단의 청산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됐다.
문체부 측은 "최씨가 관여한 미르재단은 절차를 밟아 청산되고 재산이 국고로 귀속됐는데 케이스포츠는 청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해 국회에서 계속 추궁하고 있는데 아무도 나서서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문체부 직권으로 케이스포츠에 대한 청산을 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문체부 측은 "법률적으로는 추상적으로 갱신된 상태이지만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제대로 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는 상태라 케이스포츠의 청산 의지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소송을 취소하고 빨리 청산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케이스포츠 측에 요구했다.
재단법인 미르의 경우에는 이날 문체부에 의해 청산 등기를 완료하고 청산 종결 신고까지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설립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설립허가가 취소됐고, 출연금 486억원 중 462억원의 잔여재산은 국고로 환수됐다.
한편 국세청은 케이스포츠가 롯데에 반환한 70억원에 대해 31억3120만원(가산금 9120만원 포함)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무당국은 공익재단에 대한 기부에 별도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기부금이 '본래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48조에 따라 케이스포츠에 세금을 부과했다.
케이스포츠 측은 지난 1월 조세심판을 청구했지만 심판원은 같은달 11일 케이스포츠의 청구를 기각했다. 케이스포츠 측은 다음주쯤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케이스포츠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도 하에 문화, 스포츠 융성을 목적으로 2016년 1월에 설립됐지만 이후 운영 과정에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3월 직권으로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케이스포츠의 다음 재판은 6월 1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