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건물. 사진=조세일보 DB
이동걸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 합의 여부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 23일 해외매각에 합의를 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어겼다고 주장한 반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 회장을 비공개로 만났지만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금호타이어 노조와 이 회장 사이의 대립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진실게임은 속성상 어느 한편이 거짓말이나 오인을 인정하지 않으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이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 가운데 어느 편도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양측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노조와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을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지난 23일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과 광주에 머물면서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들과 수차례 비공식 면담을 실시하면서 합의했다는 것.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의 자본유치를 수용하고 경영정상화 및 장기 발전방안 수립 등을 위한 미래위원회를 공동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구계획의 조속한 합의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정채(노조, 회사, 노사정위원회, 산업은행) 공동선언문을 26일이나 늦어도 27일까지 발표하고 노조는 조합원 설명을 거쳐 29일 또는 30일에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공동선언문 초안을 노조 앞으로 송부하고 25일 자정까지 최종 의견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기자간담회를 열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 측은 이 회장 면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외자본 유치에는 동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노조 측은 “이 회장이 지난 23일 미래위원회 공동 구성을 제안한 것이지 노조가 합의한 것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노조 측은 “공동선언문은 노사·정·채권단 4자가 25~27일 만나 논의해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찬반투표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업계관계자들은 이처럼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자 국가적 대사를 논의해서 합의를 도출하고서도 문서 하나 남기지 않고 구두 약속으로 끝냈다는데 의아해하고 있다.
은행이 소액의 대출을 취급할 때에도 서류 하나하나 꼼꼼하게 점검하고 몇번씩 확인한 후 서명을 받는 것이 통례인데 정작 산업은행의 수장인 이동걸 회장과 관리기업 노조의 합의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아 시비거리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산업은행이 합의한 적도 없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 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이동걸 회장의 당시 면담을 녹음한 녹취록이 나타나지 않는 한 진실공방은 계속될 양상이다. 관계자들은 금호타이어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자칫 쌍방의 소모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청와대 서별관회의 내용을 폭로하면서 곤혹을 치른바 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정권 실세들의 밀실 담합이 결과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을 가져왔고 산업은행은 서별관회의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이 지난 22일 자정부터 23일까지 광주에 머물며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추진하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열성을 보였다. 하지만 문서 없이 구두로 합의하면서 일이 점점 꼬여가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이 회장은 당분간 서로의 주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노조와의 면담에서 합의사항을 문서로 남기지 못한 이 회장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실게임으로 번져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