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이 말한다.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데서 온다고.
장면1.
검찰청 포토라인에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선다. 머리를 꼿꼿이 세운 채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반응 없이 당당하게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그리고 몇 달 뒤.
검찰 조사과정에서 낱낱이 비리가 밝혀지고 말끔한 정장대신 휠체어나 죄수복을 입고 어깨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힘없는 모습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
그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자신을 항변한다.
"그 일이 죄가 되는 줄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개인의 이득을 위해 한번 두 번 저질러진 일들이 시간이 흘러 규모가 커져 결국 손 쓸 수 없는 상태에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장면2.
시험을 치르는 학교 정문에는 아침부터 각 학원에서 온 사람들이 수험생들에게 생수와 간단한 학원홍보물을 전달한다.
이번 시험에는 떨지 말고 후회 없이 치르고 말리라. 화이팅!
그리고 몇 시간 뒤.
처음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1교시 때 얻어맞은 멘붕에 2교시까지 여파가 온다. 고사장 종료벨을 울린 뒤에는 터벅터벅 교문을 벗어나는 걸음을 옮긴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시험시간을 돌이켜보면 시험시간 내내 문제에 농락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 문제 조금 풀다 안 풀리면 교탁 위 시계를 보며 다른 문제를 건드린다. 다른 문제가 또 막히면 다시 앞에 문제 건든다.
그러다 결국 제대로 푼 문제는 하나 없이 혹시 모를 부분점수 취득를 기대하는 것으로 만족해 버린다.
이러기 위해 그 긴 시간을 달려왔나?
<전략>
항상 깨어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평상시 공부 때 매일매일 공부량을 정하고 달성시 바로 책을 덮어버리곤 한다. 초등학생 방학숙제 하듯이 말이다. 물론 내 경우엔 진도 욕심이 앞서 거의 달성을 못하긴 했다.
그러다보면 과연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망각한 채 망망대해 바다위에서 열심히 노만 젓는 느낌이 든다.
시험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종료벨을 맞이 듣게 된다.
깨어있어야 한다.
오늘의 공부가 전체 구조에서 어디에 속하는 것이고 어제 공부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마음은 바쁘다. 이 지긋지긋한 진도와 회독수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뒤도 옆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수험생 또한 불안하다. 휘발되고 있는 암기내용도 무섭고 어제 풀었던 것을 오늘 틀리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복습도 피하게 된다. 그냥 내 머릿속에 기억돼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불합격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야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구조화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이다.
공부를 하더라도 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