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증권사 유일 작년 기부액 접대비 보다 많아
증권사 호실적에도 사회공헌에는 여전히 인색 지적도
수조원대의 자기자본을 자랑하는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지난해 기부금이 접대비의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524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증권업계 실적 1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은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중이 10%대에 그치며 접대비는 펑펑 쓰면서도 기부에는 인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조세일보가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의 접대비와 기부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작년 접대비 총액은 477억2200만원, 기부금은 135억7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대다수에서 지난해 낸 기부금이 접대비에 비해 턱없이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접대비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고객사에 지출하는 비용을 뜻한다. 세법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해 매출대비 일정부분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 가운데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중이 가장 낮은 16.73%를 기록했다. 이어 KB증권(21.16%), 미래에셋대우(25.81%), NH투자증권(27.48%), 삼성증권(160.94%)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접대비에 비해 사회공헌 실적은 미진한 셈이다.
작년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접대비와 기부금을 모두 늘렸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가운데 기부금과 접대비를 가장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13억800만원 증가한 40억1300만원을 기부활동에 사용했다. 2016년 20억대의 기부금 집행에서 1년 새 두 배 가까이 사회공헌 활동을 늘렸다.
그러나 접대비 역시 같은 기간 75억6600만원 증액해 접대비 증가율이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접대비 증가액이 기부금을 훨씬 상회함에 따라 접대비 대비 기부금 지출 비중은 전년보다 8.08%p 떨어졌다. 이는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보다는 영업활동을 위한 접대에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KB증권은 기부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회사였다. KB증권은 지난해 27억10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집행했는데 이는 전년 9억5000만원 대비 17억6000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16년에 이어 작년에도 100억 원대의 접대비 수준을 유지했지만 기부금을 대폭 늘리면서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중은 12.12%p 증가했다.
KB증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룹의 사회공헌 사업 방향에 따라 기부금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가장 존경받는 기업시민'이란 그룹 목표달성을 위해 청소년, 다문화, 경제금융교육 등의 사회공헌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중이 10%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율은 2016년 9.04% 보다 7.69%p 상승한 것이다. 한투증권은 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공을 위한 나눔 실천보다는 접대비 지출에 더 흔쾌히 지갑 열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의 기부금 계정은 2016년 8억400만원에서 작년 14억9900만원으로 7억원 가량 늘어났다. 다만 연간 지출 접대비가 90억원에 달하고 있어 기부금과의 격차가 6배에 이르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전년 대비 실적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은 오히려 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접대비는 85억49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6.7% 늘었고 기부금은 23억4900만원으로 전년보다 15.47%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35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22% 늘었지만 기부금은 4억3000만원 줄어 조사대상 증권사 가운데 기부금 감소액이 가장 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16년의 경우 기부금계정으로 분류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이 포함돼 기부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근로복지기금 적립 여부가 집행되지 않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왕성한 기부활동을 펼쳐왔던 삼성증권 역시 지난해 기부금을 줄였다. 다만 이 회사는 NH투자증권과 달리 접대비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1년 동안 접대비를 3억1700만원, 기부금을 1억1300만원 줄였다. 이 회사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접대비보다 기부금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 회사는 매년 30억원 수준의 기부금을 집행하고 있는 반면 접대비는 2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접대비로 18억6400만원을 사용했는데 다른 증권사들이 100억원을 초과하거나 이에 근접한 접대비 지출을 보인 것과 차별화된다. 특히 접대비 대비 기부금 비중이 1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20% 수준인 타 증권사와 대조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나누미 펀드를 통해 직원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연중으로 경제교실 책 기부 등의 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부금이 접대비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은 증권사들이 사회적 책임에 그만큼 인색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