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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이 된 세무공무원들...그들은 왜?

  • 보도 : 2018.03.09 09:04
  • 수정 : 2018.03.09 11:37
ㅇㅇ

"이것 때문에 도통 다른 업무는 손도 못대고 있다."

"세무서별로 실적치를 놓고 줄을 세우니 안 할 수도 없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과도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업무로 인해 국세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 뿐만 아니라 세무서장 등 관리자들도 '압박감'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무리 범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주도하는 정책이지만, 주무부처도 아닌 국세청이 전면에 나서 국가재정 확보라는 막중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마저 제쳐둔 채 온통 이 일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일선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자 1명당 최대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난 사업자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책인 셈이다.

지난 7일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자가 100만명(102만9000명, 전체 수혜대상 236만4000명 중 43.5%-3월6일 기준)을 돌파했다고 발표하며 "일자리 안정자금이 원활히 집행되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일 평균 3600명 수준에 머물렀던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자 수는 2월로 접어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정부가 세워놓은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지만 이 정도 실적을 만들어 낸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전국 조직인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홍보 업무에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무서는 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하게 됐나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일제히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된 직원 수 등 사업자에 대한 정보와 전국 일선 세무서를 통해 광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세청도 '당연히' 홍보활동에 동원됐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직접 산업현장을 방문해 안정자금을 홍보하고, 각 지방국세청 역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틈만나면 관내 지역 산업단지와 지방세무사회 등을 방문, 안정자금을 홍보했다.

전국 일선 세무서들도 민원실에 안정자금 팜플렛을 비치하고, 지역세무사회를 찾아 사업자들에게 안정자금 홍보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세무서가 관할 민간 세무사무소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지원 협조 요청 안내문'을 내려 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세무사무소 고객을 대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받아 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국가가 해야 될 일을 민간에 맡긴다"는 불만이 세무사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국세청이 '갑질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세무대리인과 산업단지 방문 등의 방식으로 간접 홍보만 해오던 국세청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ㅇㅇ

◆…"전국 방방곡곡 누비며..." =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세청은 본청, 지방청, 세무서 가릴 것 없이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무서별 실적 '줄세우기' 압박…서장 평가에도 포함?

국세청이 직접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부작용은 정작 국세청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과도한 안정자금 홍보업무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일선 직원은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업무가 너무 많다. 전화로 안내를 해야하는데 하루에 수십통씩 업체에 전화를 해야한다. 전화를 한다고 다 받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본래 세무행정 업무는 아예 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 마다 할당량이 정해졌는데, 최근 며칠 동안 전화만 붙잡고 있어 일이 많이 밀려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세무공무원이 됐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특히 세무서별로 실적 순위를 매기는 이른바 '줄세우기' 정책은 일선 현장의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며, 세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줄세우기는 보통 체납 실적 등 주로 국세청 고유의 업무에 적용되는데,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실적에도 세무서별 줄세우기를 적용해 일선 직원들을 '채찍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직원은 "매일 홍보 실적에 대한 세무서별 순위표가 나온다. 실적을 세무서장 직무평가에 넣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실적이 저조한 세무서의 서장은 지방청에 불려가기도 한다. 세무서장 역시 과장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이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납세과 등 몇 개 과만 동원되는 세무서도 있지만, 전 직원이 총동원되어 홍보활동을 하는 세무서도 있다고 들었다"며 "지나친 홍보 경쟁으로 세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세무서 직원들을 통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안내 받는 업체들이 이를 딱히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한 일선 직원은 "중요한건 신청을 할지 말지는 업체의 몫이라는 점이다.
신청 안내를 하면 업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지도 상세하게 적어내야 하는데, 대체 이런 일을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업체들이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안내를 국세청에서만 받는 것이 아니다. 일부 업체는 국세청에서 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며 "국세청에서 직접 전화를 하면 업체에서 받는 압박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직원은 "복지(일자리 안정자금)를 위해 복지에 쓰일 세금 징수에 차질이 빚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일자리 안정자금 업무가 국세청에 아예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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