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월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과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왼쪽)을 만나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기타공공기관 산업은행, 기재부 협의없이 타기업 출자 가능
미운털 박힌 강원랜드는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변경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계기로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과제는 해마다 논란이 되어 왔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 출자, 재정 지원 등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기관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년 지정한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되는데 공기업은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기관 중에서 지정하고 준정부기관은 공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지정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기관은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조직운영, 인사관리, 자금운영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하며 다른 법인에 출자할 때에도 기획재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3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2018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의결했다.
산업은행이 산업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및 대응을 위해 기타공공기관을 유지키로 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경영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지 않아도 되며 다른 법인에 출자할 때에도 기획재정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줬다.
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이같은 배려에 대해 보답의 성격으로 지난 2월 26일 상임감사에 서철환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선임했다는 설도 있다.
서 신임감사는 행정고시 31회로 재정경제부 국유재산과장, 기재부 회계제도과장, 통계청 통계개발원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실무추진단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전임 신형철 감사의 임기가 지난해 4월에 끝났지만 10개월간 후임 인사를 미뤄오다 기재부가 산업은행을 기타공공으로 유지한다는 결정 이후에 감사 인사를 실시해 보은인사라는 의혹을 빚고 있다.
산업은행이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멋대로 쓰면서도 기획재정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이 한국GM의 2대주주로 있으면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 대해 아무런 문책도 하지 않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추천한 한국GM 사외이사 3명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반대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문제삼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동국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해 대선 공약을 기획한 바 있어 과연 기획재정부가 얼마나 산업은행의 전횡에 제대로 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역대로 정권이 바뀔때마다 수장이 바꿔져 회장 임기 3년을 채운 사례가 거의 없고 회장들의 평균 임기가 1년 6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 출신의 인사가 낙하산 형태로 산업은행 감사로 계속 선임되면서 기재부가 제식구 감싸기 식으로 넘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신임 서철환 감사와 전임 신형철 감사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급 간부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알려진 강원랜드는 지난 1월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변경 지정됐다.
산업은행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영화를 추진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됐다.
산은 측에서는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 시 공식적인 정부 지원으로 비춰져 WTO 제소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에 대한 제대로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수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정부의 감시망에서 벗어난채 집행될 우려에 놓여 있다.
산업은행은 정부인 기획재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어 일반 시중은행과는 달리 투명경영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산은의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역할과 기능과 대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한 회사들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적자가 나는 상황에 대해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성과금 잔치를 벌여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산업은행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