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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2)]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아내에게 남긴다

  • 보도 : 2018.02.13 08:46
  • 수정 : 2018.02.13 09:33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아내 앤 해서웨이에게 준다'

1616년 임종을 앞둔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서명한 세 쪽짜리 유언장에 쓰인 구절이다. 셰익스피어는 아내에게 '두 번째로 좋은 침대' 외에 어떤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유언장을 쓰는 일은 두려운 일일까? 왠지 다가올 운명을 재촉하는 듯한 불편한 문서에 해당할까? 그렇다고 자식이 먼저 부모님께 유언장이라도 남겨달라 이야기하면 '내가 빨리 죽길 바라는 거 아니야?', '이 자식이 상속 재산에만 눈먼 것 아니야?'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의 조언이 적절할 것 같다.

"유언장을 쓴다고 금방 죽는 것도 아니다. 오래 살며 몇 통씩 다시 고쳐 써도 되는 것이고, 언제든 편안하게 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판례를 보면 상속 재산을 놓고 벌어지는 자식들 사이의 분쟁은 유산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싸울 때는 반드시 싸운다.

그렇다면 유언장은 자식들 사이의 재산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의미만이 유일한 것일까?

사실 유언은 상속 재산의 승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유언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상속 재산의 승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대개 '유언'하면 '상속 재산'과 연계시켜 생각한다.

유언장의 의미와 관련해 설혜심 교수가 인간학적으로 풀어냈다.

설 교수는 "유언장을 쓰는 순간은 죽음과 마주한 자신이 평생 축적한 재산을 통제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그래서 유언장은 물질세계를 통해 자신이 맺어온 인간관계를 드러내면서 가장 솔직하게 정리하는 대차대조표이기도 하다" (소비의 역사中)

그렇다면 유언은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언이란 유언자가 자기의 사망과 동시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다.

법이란 것이 늘 이렇게 골치 아프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첫째, 유언은 일정한 형식이 요구된다. 그 형식에 어긋나면 유언의 효력이 없다.

둘째, 유언은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다. 계약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상속을 받을 사람에게 미리 알릴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이 동의할 필요도 없다.

셋째, 유언은 철저히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대리인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넷째,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으로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는 행위다. 유언자가 죽기 전까지 아무런 효력이 없는 문서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할 수 있다. 수백 번, 수천 번 바꿔 써도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때의 유언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언은 자유로운 법률행위다. 이는 내 일은 내가 결정한다는 '사적자치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합리적 개인의 소유권은 철저히 존중되고, '소유권 존중의 원칙'에 따라 누구나 재산처분의 자유를 갖는다. 그리고 이런 처분의 자유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유언의 자유는 '사적자치의 원칙' 중 하나다.

일례로 유언 당시에 자신의 의사를 말로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유언자가 있었다.
가족들이 변호사를 데려와 변호사의 질문에 답하게 하는 방식으로 유언취지의 확인을 구했다. 유언자가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대답했다.

가족법이 정한 유언의 취지에 합당할까? 법원은 아니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유사한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할 때 유언자가 반혼수 상태였는데 변호사가 유언공정증서의 취지를 낭독했다. 그래도 유언자는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일뿐이였다. 이 또한 법원은 효력이 없다고 했다.

유언과 유언장의 엄격성을 요구하는 우리 법의 취지에 따른 일관된 판례들이다.

유언은 유언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비로소 효력을 발한다. 그래서 내용은 자유롭되, 형식은 엄격하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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