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전문가 "국세청 금감원 조사방식 도입시 의혹 밝혀낼수도"
대구은행 재무제표 접대비 복리후생비 표시없어 투명성 떨어져
◆…자료=금융감독원, 대구은행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대구은행 박인규 회장과 임원들의 '상품권 깡'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이 은행의 접대비와 복리후생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인규 회장과 임원들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 7000만원 상당 상품권을 구매한 뒤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박 회장에 대해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사문서위조, 사문서행사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대구지검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이와 관련, 지난 연말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당시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강 수사를 지휘했고 보완 수사를 통해 경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구속 수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관련해 회계전문가들은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과 상품권 지출 세부 내역을 확인하면 어느정도 비자금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세무조사나 회계감리를 실시하는 당국의 조사기법을 활용한다면 또다른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통상 상품권을 구입하여 거래처에 접대비로 지출하거나 직원들의 명절선물 또는 성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품권은 발행자가 제공할 물품이나 용역에 대해 미리 돈을 받고 상품권 소지자가 이를 제시하면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무기명식 유가증권이라 할 수 있다. 상품권 판매는 금융업에 해당되므로 상품권 판매시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발급대상의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발행의무가 없다.
그러나 상품권을 매입한 기업이 접대비로 처리할 경우 1만원 초과분에 대한 적격증빙을 수취하지 않으면 세법상 필요경비가 부인된다. 따라서 상품권을 거래처에 지급하려면 반드시 비용처리를 위해 법인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또 상품권을 구입하여 직원에게 명절선물이나 상금 등으로 지급할 때는 해당 금액만큼 상여금 처리를 해야 된다. 상품권을 지급할 당시 해당 직원에게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면 연말정산시 급여 총액에 포함하여 개인소득으로 잡아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회계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점검한다면 비자금 조성 여부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 회계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대구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접대비나 복리후생비 등의 계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 차원의 세무조사나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실시되면 박인규 은행장의 '상품권 깡'과 관련한 의혹이 쉽게 풀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현대카드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대구은행의 사업보고서를 현대카드와 비교할 경우 상품권 사용과 관련한 회계투명성이 떨어져 외부로부터 의심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제출한 2013년 사업보고서에는 그해 정태영 사장은 17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명절선물로 30만원을 받은 것으로 표기해 정 사장이 상품권이나 현금의 형태로 수령했고 개인소득으로 적법하게 세법처리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회계에서는 상품권의 구매시에는 상품권 등의 자산계정으로 처리했다가 후에 상품권을 사용할 때 용도에 따라 복리후생비, 접대비 등으로 처리하는 것이 정도이다.
현대카드는 판매관리비 항목에 복리후생비와 접대비 등의 계정을 분류해 공시하고 있는 반면 대구은행은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일괄통합해 복리후생비와 접대비 등의 계정을 밝히지 않는 것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박인규 은행장은 대구지방경찰청으로부터 2014년 3월부터 법인카드로 사용해 대량으로 사들인 상품권을 상품권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한 뒤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쓴 혐의를 받았다.
박 은행장은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거짓 견적서 등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박 은행장은 경찰에 제출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소명서를 통해 상품권을 현금으로 만들어 사용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