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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정치를 배제한 것이 좋은 조세정책

  • 보도 : 2018.01.11 08:30
  • 수정 : 2018.01.11 08:30

새해가 시작되었다. 국내외 정세가 변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좀 더 안정적인 한 해에 대한 바람은 모두의 소망인 것 같다.

작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이루어진 진보성향의 정권 교체로 조세분야에도 기조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 복지의 증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국가의 지향점이다. 복지의 증대는 곧 증세로 귀결된다.

지난 정권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결국 허구이거나 꼼수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었지만 정치라는 이름표를 달아 국정지표가 되었다. 조세는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 토대는 경제 위에 있다. 그렇지만  경제는 경제이지 정치가 아님에도 정치논리가 지배하려 든다.

국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는 세목의 증설이나 세율의 인상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경제가 뒷받침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인이나 입법자는 세법을 만들어 내면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고소득자나 대기업 증세는 국민 대다수의 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근로소득세 면세자가 거의 절반에 이르는데도 이는 손대지 않은 채 여론을 등에 업고 이미 입법화되었다. 그러나 정작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성공하려면 법으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경기활성화와 경제성장이 이어져야 하고, 성숙한 납세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꼭 이루어내야 과제는 납세문화의 선진화이다. 납세의식은 납세자 스스로 자기가 낸 세금이 공평에 맞고, 제대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믿음이 들 때 성장한다. 성실납세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풍토 조성이 필수조건이다. 납세에 기여한 만큼 사회복지에서 대우받은 조세마일리지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국가가 아닌 동창회나 단체에서는 회비나 찬조금을 많이 낸 이가 대우받고 존중받는다.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국가의 세금을 많이 낸 사람도 그러한가? 별로 다를 바 없는 이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정에서 당국의 납세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기본이 되는 소통의 수단이자 납세문화의 정착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아직 그런 정신은 머릿속에 없는 것 같다.

고귀한 의무, 성실납세만을 강조하면서 탈세에 대한 엄정대처, 포탈범 처벌 강화만 내밀어서는 납세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다수의 성실납세자와 소수의 부실납세자 누구를 대상으로 조세제도를 운영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는 다수의 납세자의 사정을 헤아리기 보다는 잠재적 탈세자로 보아 왔던 것은 아닌가? 납세의식과 수준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한다. 디지털 시대의 세정의 발전은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 의도적인 소득의 탈루나 조세포탈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성실납세가 절세라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이제 조세입법, 조세집행, 조세구제에 있어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 조세입법 등의 영역에서 조세철학을 정립하고 고전적인 조세원칙을 지켜야 한다. 누가 하든 뾰쪽한 수가 없다는 것이 오랜 역사적 경험이다. 조세전문가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면 시행착오는 되풀이 될 것이다. 조세 영역에서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보다 나은 조세의 길이다. 누군가의 외침이 와 닿는다. 경제는 정치가 아니라니까!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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