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지분'으로 급여 결정… 연봉 많이 받으려면 실력과 영업력 모두 갖춰야
회계업계가 오는 2020년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임원의 공시를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좌불안석(坐不安席) 모습이다.
임원들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로부터 '고액 연봉'이라는 질시를 받게 되고 그렇다고 연봉을 낮게 가져가면 파트너급 이상의 고급 인력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찾아 다른 회계법인을 찾을 수도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감쳐져 있었던 회계법인 고액 연봉자들의 연봉 수준이 2020년부터 공개되면 회계업계에도 적지 않은 풍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됨에 따라 회계법인들은 2년 후사업보고서 부터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4년부터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 임원 중 연봉 5억원 초과자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왔는데 그 대상을 회계법인까지 넓힌 것이다.
무엇보다 상장사를 비롯해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기업들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회계법인의 임원들이 고액의 연봉자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기업에 대해 감사수수료를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조세일보가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빅4 대형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임원들의 급여를 분석한바에 따르면 상무급이 약 2억~3억원, 전무급 4억~5억원, 부대표 5억~10억원, 대표 10억~30억원, 부회장 30억~50억원, 회장 100억원의 상당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법인은 상장사나 일반 기업과는 달리 파트너(사원)로 구성되면서도 독립채산제 성격을 갖고 있어 직급이 높다고해서 반드시 연봉을 많이 받는 조직이 아니다.
지위가 낮아도 수익을 많이 내면 가져가는 몫이 크고 회사내 남은 이익금은 파트너에게 배당으로 지급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의 연봉이 비교적 다른 회계법인에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회계법인은 파트너 뿐만 아니라 임직원 사이에서도 서로의 연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임원들의 연봉은 '성과급+지분' 구조이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면서 “세간에 회계법인 임원이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은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귀뜸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상장사들의 등기임원은 업무집행 임원 2~5명과 사외이사 2~7명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회계법인은 파트너의 개념으로 되어 있고 조직구조가 상이하다”면서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과 영업력 모두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는 그러나 2020년부터 5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 명단이 공개되면 감사대상 기업의 임원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받는다는 비판 여론이 조성될까 조바심하는 분위기다.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4대 회계법인 파트너는 삼일 157명, 삼정 128명, 안진 142명, 한영 73명의 수준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의 파트너는 영업 실적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긴 하지만 부대표급 이상이 되어야 연봉이 5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김영식 CEO가 37년 3개월의 경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고 출자비율이 7.91%로 가장 많은 포션을 점하고 있다.
이어 4명의 대표가 출자비율 3.5~3.9% 수준의 출자비율을 보이고 있고 17명의 부대표가 출자비율 1.5~1.9%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연봉 5억원을 넘어서는 임원이 22명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은 김교태 CEO가 16년 4개월의 경력으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출자비율이 8.03%에 이른다. 삼정회계법인에서 연봉 5억원 이상의 임원은 14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진회계법인은 함종호 대표가 30년 11개월의 경력으로 출자비율이 3.60%에 달한다. 안진회계법인은 부대표급 이상의 임원이 22명으로 되어 있는데 20명 정도의 임원이 5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예상된다.
한영회계법인은 서진석 대표가 26년 7개월의 경력을 갖고 있고 출자비율이 13.45%로 다소 높은 편이다. 한영회계법인의 부대표급 이상의 임원이 11명으로 되어 있고 5억원의 연봉을 받는 임원이 1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회계법인들이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임원들을 공개할 경우 경쟁사들의 스카웃 우려와 사회적 질시의 눈길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게 될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