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억원 규모, 올 3월 30일 지급예정… 금융감독, CEO 리스크에 '시큰둥'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 “박 회장을 해임하거나 권한과 직무 중지시켜야”
◆…대구경실련 등 대구 시민단체가 지난해 12월 26일 대구시 대구은행 앞에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구경실련 제공
박인규 DGB금융지주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CEO 리스크'로 인해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8월 이사회를 열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3억4243만7628주를 4500억원에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3월 30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인허가 일정의 진행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지방금융그룹 최초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균형된 사업라인과 안정된 수익기반을 지닌 총자산 70조원 수준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추진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DGB금융지주의 CEO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면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인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CEO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SB자산운용 관련 대주주 적격심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유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와 김정태 회장의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 지분 인수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심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이슈가 언제 종결될지는 불투명하다.
DGB금융지주도 CEO 리스크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수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인규 회장에 대한 내사를 벌였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해 12월 20일 대구지검은 경찰의 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서 대구지방경찰청은 박 회장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속칭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대구경실련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박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벌이고 있는 박 회장에 대한 퇴진 운동도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대구경실련 등 대구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조치가 마치 기회라도 되는 양 증거 인멸에 몰두하고 염치없이 은행장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박 행장 본인의 말로나 대구은행의 미래에도 불행한 일”이라며 “박 행장이 즉시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자 은행 정상화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범죄 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고 은행에 손해를 입힌 사람이 여전히 경영과 인사를 좌우하는 것은 대기업의 윤리는 물론이고 일반의 상식에도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사회는 즉시 박 행장을 해임하거나 최소한 권한과 직무를 중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박 행장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며 “이사회가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는 이사회조차 한통 속이거나 무책임한 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구 시민단체들은 이어 “수십억원의 불법 비자금 조성, 수천만원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대금 미지급 의혹, 임직원에 대한 불법적 휴대폰 검열 등의 불법행위가 횡행하는 대구은행이라면 더 많은 부정비리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이 대구은행에 대해 즉각 현장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의 퇴진을 결정한 것도 CEO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결과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이 DGB금융지주는 박 회장 혼자만 남았고 대구은행에는 박 회장과 박남규 상임감사 두명으로 채워지게 돼 사실상 박 회장 혼자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 수사나 검찰 조사에서 박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해 새로운 위법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자리를 비우게 될 때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자칫 사외이사와 상임감사로만 등기임원이 채워지게 돼 CEO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인가할 경우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면책'으로 받아들여져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가져오고 CEO 리스크를 과소 평가했다는 비난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점점 난처한 입장에 빠져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