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 DGB 임원인사로 '닭 쫒던 개' 신세
사외이사로 구성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기울어진 운동장 시정 의지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아온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 회장의 경쟁대상이 될 수 있는 라이벌이 DGB금융지주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또 대구은행에서도 두 명의 경쟁자가 등기임원 자리에서 떠났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고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이로써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DGB금융지주의 등기임원은 박인규 회장 혼자만 남게 됐고 대구은행은 박 회장과 박남규 상임감사 두명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박인규 회장 혼자만 등기임원으로 남은 셈이다.
DGB금융지주의 이같은 인사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없애고 연임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CEO로서 책무 유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데 대해 정면 도전하는 꼴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회사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데에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이라고 '셀프연임'에 대한 비난의 톤을 높인데 대해 DGB금융지주는 오히려 역공을 취한 셈이다.
특히 정부가 금융권의 셀프연임과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지난 2013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문화한 조항마저도 무색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CEO 선출 시 CEO와 가까운 사외이사들이 또다시 CEO 선출에 관여하는 '공생 관계'가 될 수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으나 DGB금융지주의 인사는 오히려 운동장을 더욱 기울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아예 운동장 한쪽이 패여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DGB금융지주
DGB금융지주의 임원을 선출하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2017년 9월 말 현재 박인규 회장과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사외이사는 조해녕 前 대구직할시장, 전경태 계명대학교 명예교수, 하종화 세무법인 두리 회장, 이재동 법무법인 대구 변호사,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차지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계열사인 대구은행도 상황은 DGB금융지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지적한대로 은행처럼 특정 대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에서 조직을 장악한 CEO가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뒤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손쉽게 연임과 재연임에 나설 수 있는 지배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박인규 회장의 라이벌로 거론된 등기임원인 노성식 DGB금융지주 부사장은 자리에서 사라졌고 올해들어 DGB금융지주는 등기임원이 박 회장과 사외이사로 모두 채워진 결과를 맞게 됐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DGB금융지주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사문서위조, 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박인규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구지검은 “소명이 부족한 혐의에 대해 보강 수사를 지휘했고 경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신청할 경우 구속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라며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회장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으며 사실상 경질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거취를 고민하겠다”며 용퇴를 시사했지만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박 회장과 라이벌 관계인 임원들이 모두 물러났고 ''보복 인사'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번에 물러난 3명의 등기임원들은 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한때 박 회장과 경합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구속 수사와 박 행장의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박인규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대구은행의 과장급 직원 3명과 책임자급인 부부장 1명은 회식자리 등에서 20대 계약직 여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