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③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나와 가까운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집은 화목한 편이다.

아버지는 공기업에 다니다 IMF 때 퇴사 후 개인택시를 운영하시고, 어머님은 요양보호사로서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을 하신다.

일단 우리 아버지는 집안에서 청소와 설거지, 밥짓기를 맡아 하신다. 어머니는 주로 빨래와 국, 반찬 등 음식 담당이고, 내가 집에서 공부했을 땐 설거지 담당을 했었다.

또한 아버지는 어머니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같이 출퇴근 하신다. 아무래도 개인택시라서 시간 운용이 자유로워서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주변 다른 사람들은 많이 부러워한다. 나도 부럽다.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이런 걸 봐와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많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지역에 대한 차이 때문일까? 구시대적 발상 때문일까?

그동안 공부 중에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돌아가시는 일도 보았고, 가족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외롭게 공부하는 경우도 봤다. 가족의 지원이 여의치 않아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난 우리집이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서로 힘든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알아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힘든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러니 손을 거들어 같이 치우고 같이 쉬고자 하는 것이다. 어머니도 아버지가 종일 운전 하시면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는 것을 잘 아신다. 아들 입장에서도 부모님 힘든 걸 알기에 주는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은 어린 나이에 공무원에 합격하여 벌써 8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랜 공부가 힘든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동생이기에 오빠가 힘든 것도 알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기 위해 노력해 줬다.

서로서로 모두가 힘들게 사는 것을 이해하고 알아주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살갑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집에서 빛난다. 너무 깨끗하다."
"오늘 밥 진짜 잘됐네요."
"설거지는 누가 이렇게 이쁘게 해놨다니."
"옷에서 좋은 냄새난다." 고 얘기한다.

누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도 큰소리를 안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가족이 없었다면 나 혼자 공부만 해서 합격을 할 수 있었을까? 난 절대로 불가능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부하다보면 잡생각이 많은데 집안에 문제가 있거나 편찮으셨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진짜 공부 하나도 못했을거다. 그러니 건강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정리하자면, 수험생 입장에서 가족관계는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가족관계가 좋으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 신경쓸 일이 없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공부할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그 효율이 떨어진다. 정말 엄청 떨어진다.

가족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든 것을 먼저 알아봐 주길 바라기보다,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하면서 나만 힘든 것 같지만, 나만 죽을 것 같지만.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나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주변사람들, 내 부모, 가족들이 더 힘들다.

먼저 알아주고 따뜻하게 말한마디 먼저 건내는 건 어떨까 싶다.

세상 사는데 쉬운게 하나도 없다. 공부 조차도 어려운데. 사실 가족끼리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평생 안하다가 그러려면 손발이 오그라 들 수도 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어긋난 가족관계의 시작은 말 한마디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가족들에게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주기 위해 고생했을 가족들을 늘 생각하면 잠이 오다가도 깰 것이다.

다른 사람들 다 버려도 가족은 언제나 내편이다. 다 없어져도 내 옆에 남는 건 내 가족뿐이다.

그 소중한 가족. 공부한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지 말자.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