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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역주행' 택한 한국…약인가 독인가

  • 보도 : 2017.12.07 09:22
  • 수정 : 2017.12.07 13:49

이른바 '초(超)대기업'만을 겨냥한 증세가 현실화됐다. 

조세감면 제도를 줄이는 방식의 우회 증세가 아닌 직접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정공법이었다.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 22%에서 25%로 높아지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으면서 대기업들의 세부담이 뛰어오르게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한 이유는 '돈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복지 등 국가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조세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지우겠다는 것이다. 수조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되는 만큼 정부로서는 무조건 '이득'이다.  

그간 법인세는 다른 세목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손질 작업에 신중했다. 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국제비교 등도 함께 고려되곤 했다. 그런데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법인세를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추세에 역행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법인세

법인세 최고세율 '25%'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1967년 45%에서 1990년 30%로 인하됐다가 1991년 34%로 올랐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최고세율이 단계적으로 내려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내려갔다. 박근혜 정부에선 손을 대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 수 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 정책이 원래 목적했던 '낙수효과'는 가져오지 못한 채 대기업들의 곳간만 채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투자 좀 늘리라고 법인세를 낮춰주었는데, 기업들이 투자는 외면한 채 사내유보금만 잔뜩 쌓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특히 각종 공제나 감면 등을 빼고 난 뒤의 실제 세부담을 뜻하는 '실효세율' 마저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실제 1994년 28.5%였던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2015년 16.1%을 기록했다. 법인소득이 높을수록 실효세율은 더 낮아져 일반적인 누진세 구조와는 정반대로 흐름을 보였다. 과표 1000억원 이하 구간의 실효세율은 18.8%인데 반해,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4%였다.

정권을 잡자 마자 문재인 정부는 '표적증세'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가 당초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과표 2000억원을 넘는 기업 129개(2016년 신고기준)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것이 골자였다. 총 신고기업 64만5061개의 0.02% 수준이다. 적극적인 재정을 펼칠 수 있도록 세입기반을 확보하자는 것이 취지이나, 이전 정부의 감세정책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원위치' 시켜야한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깔려있었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여당은 한 발짝 물러선 결과물을 얻었다.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는 부분은 관철시켰으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이 3000억원 초과로 조정된 것이다. 증세 대상은 기업은 77개로, 이들 기업으로부터 약 2조3000억원의 세수를 더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재원 확보를 위한 조세정책의 '첫 단추를 잘 뀄다'는 나름의 평가가 나온다.  

법인세

美 이어 日도 법인세 내리는데…

사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기 전까진 정부의 입장은 "법인세의 명목세율 인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단호했다. 과거 정부가 그랬듯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식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세입은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며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국만 거꾸로 법인세율을 인상했을 땐 세계적 흐름에 '역주행'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증세에 거부감을 표출했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정부안으로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면서 세계적 기류와 반대되는 행보를 택했다.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법인세 감세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면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이로 인해 글로벌 법인세율 인하 경쟁일 불붙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실제 일본도 임금 인상,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9.97%에서 20%까지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프랑스도 현 33.33%의 법인세율을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리는 방향성을 설정한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은 39.3%에서 22.7%로 16.6%포인트 내려갔다. 한국은 같은 기간 세율이 33%에서 22%로 11%포인트 인하,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최근 조세감면 제도가 대대적으로 정비되면서 한국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5년 16.1%에서 지난해 16.6%로 올랐다.

기업들 매력 없어진 한국 떠나나

법인세 인상으로 당장 튀어나오는 우려가 '다국적 자본의 이탈'이다.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려는 데는 기업 투자 유치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국내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는 명분을 하나 준 꼴이다. 

한국의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높아졌을 때 국내 자본의 해외유출과 해외자본의 국내유입감소로 약 29조원의 자본 순유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한국경제연구원)도 있다. 이 분석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간과하기는 힘든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율 인상에 따라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나, 기업 투자 심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 조치로 이른바 '일자리 정부'의 성공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 스스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현재는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창출이 적은 공무원 일자리에 집중하며 여기에 혈세(血稅)를 쏟아 붓고 있다.

김용민 인천재능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이런 시그널(신호)로 인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려는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며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중심이 GDP(국내총생산) 성장보단 고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 조치가 일자리 증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는 조세 전가의 여지가 크고 소득 재분배의 효과는 거의 없는 세목으로 분류된다.

당장 법인의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 근로자에겐 임금 인상 억제로, 협력 중소기업엔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소비자에겐 가격 인상으로, 주주에겐 배당 감소의 형태로 각각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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