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했을 때 자동적으로 세무사 자격도 부여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의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변호사·세무사 두 업계가 상반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 입법추이가 주목된다.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이르면 연내 국회 본회의 표결이 부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변호사들이었다. 지난 20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성명서를 내며 "본회의 직권 상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성명에서 "국민들의 선택권,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에게 세무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법률서비스의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변호사들의 신규 직역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변협은 이어 "세무·특허, 의료 등 직역별 전문 변호사를 배출해 대국민 법률서비스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로스쿨 제도 도입취지에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무사의 규정되어 있는 조세에 관한 각종 신청, 서류작성, 자문, 의견 진술 등에 관한 사항은 모두 '세법의 영역에 관한 일반 법률사무'로서 변호사법 제3조에 따른 변호사의 직무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에 계류되어 있는 세무사법에 관한 위헌법률 심판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섣부른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의사도 밝혔다.
변협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를 원천봉쇄한 것은 직업의 자유,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판단 하에 위헌법률 제청 신청을 했다. 변협은 "헌재에서도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이 법률안 역시 헌법에 반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세무·회계 전문성 없다"
변호사들의 주장에 세무사들도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한국세무사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무사회는 변호사가 세무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즉, 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세무사회는 "헌법재판소는 변호사가 세무실무능력과 세무전문성이 없다고 했고(2007헌마248결정), 대법원은 2003년 이후 변호사는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해 장부작성·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도 '변호사는 세무사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법률사무에 포함되는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을 제한하려는 개정안은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어 입법체계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세무사자격시험을 거치지도 않는 상황에서 변호사에게 세무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란 소리다. 세무사회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 전문자격사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엄정한 시험을 통해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해야 하고, '1자격시험, 1자격 취득'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국회는 세무사법상 인정하던 공인회계사, 국세경력 공무원, 박사(석사)학위자·교수·고등고시 합격자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순차적으로 폐지했다는 것이 세무사회의 설명이다.
변호사들의 이른바 '밥줄'이 끊다는 우려도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무사회는 "2003년 세무사법 개정 이후 변호사는 세무사자격을 가지더라도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장부작성·세무조정 등의 회계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지만, 법률사무에 해당하는 세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사회는 이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이 폐지되더라도 변호사는 종전대로 법률사무(조세불복 등)에 해당하는 세무업무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므로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