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구속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회계사들에게 검찰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배 전 이사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안진의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부당한 요구와 회계기준 위반을 전폭 수용해주고 의도적으로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1심과 동일하게 안진의 배 모 전 이사에게 징역 5년을, 임 모 상무이사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회계사 강 모씨와 엄 모 상무이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구형하고 함께 기소된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진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한 고의성이 인정돼 '미필적 고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측 공소사실의 주된 이유다.
검찰은 양형 의견을 통해 "안진 회계사들은 회사 차원의 잘못된 관행으로 대우조선해양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을의 위치를 수행해 왔다"며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등 외부감사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의 범죄이자 외부감사비리의 종합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회계법인 업계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면서 "하위 회계사들이 상명하복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중립적으로 감사인의 역할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 등 가중 처벌할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한 점은 부당하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구형에 상응한 형을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회계사들에게 검찰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사진: 더 팩트>
반면 변호인단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허위 기재함으로써 고의범인 '외부감사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소극적 증명'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2013~2014 회계연도 당시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적정의견' 중 사실에 부합하는 의견이 무엇인지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면서 "단지 기재된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변론했다.
1심에서 고의 인정의 증거가 된 당시 작성된 '클로징 메모', '리뷰 이메일' 등의 문서에 대해서 변호인단은 "메모나 이메일은 최종 감사의견을 기재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는 이들 증거 중 일부만 취사 선택해 고의성을 인정했다"면서 "메모 등은 기말감사 초기 과정에서 전문가적 의구심을 토대로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이 사건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사이에 공모하고 분식회계를 묵인해달라는 등의 어떠한 범행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이어진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임 모 상무이사 등 회계사들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감사 절차가 미흡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이 사건 이후로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회계사 등록 취소처분을 받았고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선물 하나 받은 것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임 모 상무이사는 최후진술 도중 "회계사 명예와 장래가 송두리째 망가질 수 있는 걸 감수하고도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감사팀 배 모 전 이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임 모 상무이사와 현장책임자인 강 모 회계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불구속 재판 중인 파트너 엄 모 상무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7500만원이 부과됐다.
항소심 선고일은 다음달 7일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