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송업체 DHL코리아의 뜬금없는 가격정책에 관세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DHL코리아가 독점적 지위와 특송물품의 특성을 이용, 고객들에게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DHL코리아(대표 한병구)는 지난 8월21일 수입업체(고객)에게 '고객지정사 일괄 인계 서비스 안내문'을 통지했다.
안내문의 골자는 10월부터 DHL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특송물품의 통관 관련 서류와 물품을 인계 받으려면 1건당 5만원(부가세 별도)의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서류만 넘겨 받고 싶다면 1건당 1만5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DHL의 모든 상품은 도어-투-도어(door-To-door) 서비스로 픽업에서 수취인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DHL이 일괄 처리하고 있는데, 고객의 요청에 의해 제3자 통관대행사에 서류와 화물을 인계하는 것은 DHL의 기본 서비스 프로세스를 벗어나 추가적인 업무를 초래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DHL은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사 업계에선 서류나 물품 인계 비용이 사실상 없음에도 DHL이 값비싼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물품을 인계할 경우 DHL 입장에선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는데, 반대로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이중비용 청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용 절감 되는데 반대로 수수료 부과?
◆…지난 8월 DHL코리아가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문. 고객이 직접 제3자 통관 대행사 등을 지정해 서류와 물품을 인계받을 경우 물품 건당 5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DHL은 안내문을 통해 "그동안 고객님의 요청에 따라 고객님이 지정한 제3자 통관 대행사가 직접 통관완료 후 배송진행 시 DHL에 요구하는 필요한 모든 서류와 해당 화물을 통관 대행사에게 인계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일반적인 DHL 네트워크 상의 통관 프로세스를 벗어나게 되어 발생하는 부대비용은 내부적으로 흡수해 왔다"면서 "하지만 부대비용에 대해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방침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수입자가 관세사 등 통관 대행사를 따로 지정하면 서류와 화물을 넘겨야 하는데, 여기에 수반되는 비용을 수수료로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세사 업계에선 통관비, 운송비 절감으로 돈을 돌려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 DHL코리아의 정책은 아무리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DHL코리아가 수입자로부터 받는 특송요금에는 외국 운송료와 통관료, 내국 운송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통관과 국내운송을 변경하면 이후 소요되는 통관비용과 국내운송비용은 DHL이 아닌 화주가 모두 부담하게 되는데, DHL 입장에선 당초 받은 통관료와 국내운송료에 대한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관세사 업계 관계자는 "통관을 위해 DHL이 타 관세사무소에 인계해 주는 서류는 화주가 제공한 인보이스 그리고 고작해야 운송장이 전부다. 전달방식도 관세사무소의 팩스로 보내주면 된다. 그 명목으로 수수료를 청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류와 물품 일괄 인계에 5만원 수수료 정책이 발표된 이후엔 서류만 인계 받고 운송은 DHL을 통해서 하는 관세사들이 많다"면서 "다른 특송업체에선 볼 수 없는 정책을 DHL만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사들 입장에선 이 같은 수수료로 인해 DHL을 이용하고 싶지 않지만, 특송업체 선정권은 보내는 이에게 있기 때문에 업체를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관세사 업계 관계자는 "DHL과 연간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물품을 보내기 때문에 특송업체를 받는 사람이 지정할 수 없다"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DHL의 갑질 행태를 방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