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적자생존(適者生存)'을 위해 급물살을 탔던 정계개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으며 정계개편에 정점에 섰던 바른정당 내부에서 연대 또는 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과의 최소한의 통합 명분으로 내세웠던 '친박 청산'이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고, 국민의당의 경우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호남계 중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시 당 정체성 모호함과 호남 민심을 거론하며 탈당 의사까지 피력하고 있어 '당대당' 통합은 물론 연대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포문은 당내 자강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이 열었다.
유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이 안보문제에 그동안 오락가락을 많이 했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정책이 분명히 있다"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11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가 된다면, 우선 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당을 지켜내는 게 최우선 목표다. 다른 논의들은 그 이후에 생각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놓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23일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같은 유 의원 주장에 힘을 쏟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당대당 통합과 관련해 바른정당 내 한국당 통합파든지, 국민의당 통합파든지 전당대회 전까지는 합당 논의를 자제해주길 바란다"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의 비전과 노선을 갖고 대논쟁을 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오을 최고위원 또한 "전대까지 일체 당내 단합을 갖고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자고 최고위에서 여러 언급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수 통합을 하든 무엇 때문에 어떤 가치를 갖고 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조용히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궤를 같이했다.
진수희 최고위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은 원칙도 명분도 없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도 바른정당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고 시점도 적절하지 않다"고 통합 논의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이기도 하고 공당으로 국민께 약속한 전대까지는 일체 통합 관련 논의도, 논의를 위한 만남도 자제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1년도 안 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두 손 들고 통합을 운운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한들 국민이 믿을 것인가. 그 점이 저는 의문"이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유 의원이 통합 논의와 관련해 '개혁 보수' 등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한 것에 대해 "전대 등을 앞두고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일단 내부(를 단속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