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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국제조세 전문인력 유출…발만 구르는 국세청

  • 보도 : 2017.10.10 07:40
  • 수정 : 2017.10.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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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없는 삶' 언제까지? = 세종시 나성동 소재 국세청(본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연이은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 기본 업무도 많지만 언제 어디서 울릴지 모르는 간부들의 호출에 항상 대기해야하기 때문에 이른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는 여유있는 직장에 대한 동경이 커 외부의 '스카우트 제의'에 더욱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최근들어 국제조세 분야 베테랑으로 꼽히는 전문인력들이 연달아 국세청을 나와 민간 기업(로펌, 회계법인 등)으로 재취업하면서 국세청이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L모 서기관(전 국세청 국제조사과장)이 돌연 명예퇴직을 신청한데 이어 비슷한 시기 P모 사무관(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1과 국제거래조사3팀장)도 명예퇴직했다.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국세청 내부에서 국제조세 분야 '통'으로 꼽히던 인재들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J모 서기관(전 국세청 국제조사과 국제조사2계장)도 명예퇴직, 민간 기업으로 적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6월 복수직 서기관으로 승진한 그는 '국세공무원의 꽃'으로 통칭되는 초임 세무서장 발령도 포기한 채 민간 기업행을 선택, 주변에서 그의 퇴직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했다.

십 수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조세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제조세 분야 전문성을 쌓은 국세청 인력들이 민간 기업으로 소위 '스카우트'되는 것이 빈번했다.

다만 실무를 전담할 수 있는 하위직 출신 '젊은 인력' 위주로 인력유출이 이루어지면서 인력유출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인력유출 도미노 현상을 둘러싸고 형성된 국세청 안팎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기관 승진을 바라볼 위치에 올라온 사무관급은 물론 본청 소속 서기관급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국제조세 분야 인력유출 문제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 및 일반 행정 실무 인력을 넘어 기획 실무 인력으로까지 민간 기업의 손길이 뻗치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국제거래로 인해 기업들의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국세청 출신 고급 인력은 이러한 위험성을 감소시켜주고 위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보완재'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에 국세청 일각에서는 국제조세 분야 인력유출을 어느 정도 완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성 키워 놨더니... 남 좋은 일한(?) 국세청

국세청은 수 년 전부터 국제조세 인력들을 정책적으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해당 분야가 워낙 복잡하고 광범위해 1~2년 주기로 자리를 옮겨다니며 국세행정 전반에 걸친 행정경험을 쌓은 인력보다는 진득하게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전문성을 키운 인력들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역외탈세가 늘어나고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전된데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의 이전가격문제가 빈번해지면서 국제조세 분야 전문인력들의 수요가 팽창했다.

전문성이 없는 인력들을 투입했다가는 오히려 기업들에게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국세청은 지난 2011년 국제조세 분야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국제거래분야 전문보직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조세 조사전문요원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국세청의 노력은 인력유출로 다소 희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국제조세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은 결국 해당 인력 개인과 민간 기업에만 좋은 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인력유출을 차단할 별다른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하는 일에 비해 대우가 박하고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위상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저녁이 있는 삶'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민간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는 달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세공무원으로서 나라를 생각하고 국세청 조직을 우선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접근이며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떠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축하해 주는 분위기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직장을 떠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떠나는 이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고 또 나가자 마자 갈 자리가 있다는 것은 개인의 영역에서 보면 대단히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기업이라면 떠나는 직원을 붙잡기 위해 승진을 시켜주거나 연봉을 올려주는 등 배려가 가능하지만 공직사회, 특히 국세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별다른 당근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능한 직원이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겠다는데 이를 왜 말리겠는가"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간 기업들은 이미 국제조세 전문성은 물론 인성 등이 훌륭한 스카우트 대상 인력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수시로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국세청에서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인력유출은 막을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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