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깃발 휘날릴 수 있을까? =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이 지난 8일 열린 취임식에서 세무사회기를 전달받아 휘날리고 있는 모습. (사진 한국세무사회)
최근 이 회장은 상근부회장과 선임직 부회장 등 선임을 모두 마무리했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전임 집행부를 주름잡던 '그때 그사람들'이 대거 이창규 집행부에 올라 탔다.
업계 안팎에서는 집행부의 핵심축(선출직 회장·부회장)만 달라졌을 뿐 전전임 집행부와 크게 다를바 없는 라인업이 구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들과 함께 이 회장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풀어내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난제들을 돌파해야 한다.
전임 집행부가 뚜렷한 성과물을 내지 못한 채 교체되면서 새로운 집행부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여러 난제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자세액공제 축소, 변호사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2개의 전선(戰線)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할 문제는 이 회장의 핵심공약인 회비인하가 아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신고세액공제 50% 축소 방안이다.
정부가 축소 시점을 2019년으로 잡았다는 측면에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자칫 올해 국회 논의에서 정부의 논리를 꺾어 놓지 못할 경우 내년 국회 논의에서 상황을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정부가 접근법을 달리하기는 했지만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지점은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라는 것이 정설. 따라서 이번 타이밍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정부가 2~3년 내로 전면폐지 방안을 추진하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창규 집행부는 세무사회원 등을 대상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반대 및 한도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탄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25일 현재 총 1만6000명이 서명하고 3434건의 개별 탄원서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세무사회의 움직임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전자신고 보이콧'이라는 강수를 둘 필요가 있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성공가능성도 떨어질 뿐더러 오히려 세무사 업계에 대한 인식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선택해서는 안 될 카드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한 세무사회원은 이와 관련해 "돈(세액공제액) 보다는 전자신고의 편의성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말 없는 다수의 세무사들도 존재한다"며 "감성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제도 개편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무너뜨릴 확실한 논리를 개발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원은 "이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잠재되어 왔던 문제다"라고 전제한 뒤 "세무행정의 전산화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현재 세무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존 논리와 대국회 로비방식 등은 더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도 큰 산이다.
세무사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관련 제도 폐지안이 13년만에 국회 통과의 9부 능선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잔뜩 부풀려진 기대감이 국회 통과 실패로 순식간에 꺼지면서 전임 회장의 재선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이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이번 국회에서 재논의가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
이창규 집행부 입장에서보면 대응해 할 전선(戰線)이 2개가 되어 있는 상태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문제가 살림살이와 연결된 '현실적 문제'라면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문제는 세무사들의 자존심과 직결되어 있다. 아울러 이 부분이 풀려야 조세소송 대리권 확보를 위한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저지보다 더욱 중요성이 큰 부분이다.
한 세무사회원은 "이창규 집행부가 선거과정에서 전임 집행부의 무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등 자극적인 선거전략으로 승리를 얻지 않았느냐"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저지,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등 현안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세무사회원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회원도 "현 집행부의 구성을 보면 사실상 전전임 집행부와 큰 차이점이 없다. 현 집행부도 업계 안팎에서 자신들에 대한 이런 저런 뒷말들을 듣고 있을 것이다"라며 "현안 문제에 대한 진전된 결과물이 안나오면 결국 '그 나물의 그밥' 이라는 평가로 이어져 잠재되어 있는 갈등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