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발간한 '세무조사 가이드북'에 실려 있는 납세자권리헌장.
납세자권리헌장에 절세권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한국세무사회의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발표한 '납세자 권익 증진을 위한 납세자권리헌장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포괄적인 납세자 권리선언으로서 납세자의 권리를 보강하고 납세자의 성실한 협력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현재 납세자권리헌장에는 절세권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절세권 보장은 납세자에게 정당한 세무계획에 의해 조세채무액을 감소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조세회피와 다른 세무계획을 구별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 권리는 불필요한 가택조사와 정당한 조세채무액 결정과 관계없는 정보요구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납세자 의무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납세자권리헌장이 아니라 납세자헌장으로 개편해야하기 때문에 국세기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헌장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납세자헌장이 있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우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도 명시되어 있다. 우수한 서비스란 신속하고 친절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권리로 우리나라 헌장에는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박 교수는 납세자가 이해하기 쉽게 납세자 권리헌장의 용어나 표현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현재 세무조사 시 세무공무원은 조사대상자에게 세무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납세자권리헌장을 낭독하는 것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에 박 교수는 납세자가 알기 쉽게 조사공무원 명함 뒤편에 1~2줄의 납세자의 권리 및 의무사항에 대해 문구를 넣는 방법을 고려하는 등의 '미란다 카드'를 도입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미란다 카드는 지난 1966년 미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당신을 XX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우리나라는 경기경찰청에서 외국인 범죄용의자를 위해 8개국 언어로 구성된 미란다 원칙 애프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한 사례가 있다.
전문과 요지로 나뉘는 납세자권리헌장 중 요지의 경우 낭독용으로 세무공무원이 암기가능한 정도의 분량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 착수 전 배부해야 하는 세무조사 절차와 납세자 권리를 알기 쉽게 제작한 책자인 일명 '그린북'의 경우 법령용, 고지용, 낭독용으로 구분해야 하고 미란다 카드처럼 실제 조사 때뿐만 아니라 기념품 등으로 제작해 범국민적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우수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 정확한 세금만을 납부한 권리(절세권), 사생활 보호에 대한 권리 등은 주요국의 입법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헌장에 반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국세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권리보장의 근거를 마련한 후 헌장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